지난 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만나 탄핵 소추 사유를 모두 부정한 박근혜 대통령이 정작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3일 오후 2시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박 대통령이 불참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오늘은 피청구인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변론기일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지난 12월16일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박 대통령이 출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2월27일 2차 준비절차 기일에서도 박 대통령의 출석 여부를 묻는 이정미 재판관의 질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헌법재판소법 제52조는 탄식심판 때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하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하고, 다시 정한 기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압축한 5가지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가 공무상 비밀이 담긴 청와대 문서를 보고 국정을 운영했다는 ‘국정농단’ 의혹은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부정했다. 기업들에게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하고 최씨에게 특혜를 준 ‘대통령 권한남용’은 “창조경제나 문화로 세계로 뻗어나가면 한류도 힘을 받고 국가브랜드도 높아지고 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기업이) 동참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월호 7시간’ 의혹 등 생명권 침해 부분도 박 대통령은 “그날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보고받으며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뇌물죄 등 형사법 위반 혐의도 전면 부정했다. 그러나 헌재 밖에서는 ‘작심한 듯’ 적극 해명한 박 대통령이 정작 헌재에는 출석하지 않고 대리인만 내세워 비판을 받고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