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쓰던 대포폰 번호가 지난달 검찰에 건네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최씨의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등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은 전직 케이스포츠재단 관계자는 3일 “지난 4월 최순실씨가 새 휴대전화를 하나 준비하라고 해서, 재단 직원에게 얘기했고 그 직원이 친구 명의로 만들어서 가져왔다”며 “최씨 본인도 당시에 010-○○○○-○○○○로 번호를 새로 바꿨는데, 본인 실명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 당시 최씨가 쓰던 대포폰 번호를 넘겼다”고 말했다.
타인 명의로 개설된 이른바 ’대포폰’은 증거를 남기지 않아야 하는 범죄 활동에 주로 사용된다. 검찰 관계자는 “대포폰은 검찰이 수사에 나서더라도 확보가 쉽지 않지만, 확보할 경우 핵심 인물들과 연락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 행위를 재구성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신 내역에는 발신자의 통화 내역은 물론 반경 1~2㎞의 위치 정보까지 담겨 있다. 또 주된 연락 대상자들을 확인해 이들의 통화 내역 조회도 할 수 있다.
최씨가 재단 관계자에게 직접 휴대전화를 개통해 전달하고, 본인 역시 대포폰을 사용한 것은, 그가 매우 치밀하게 재단 관련 사업을 준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그동안 본인 명의가 아닌 휴대전화를 최소 4개를 활용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관계자 등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박근혜 대통령과 주고받은 핫라인 번호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현재 최씨가 쓰던 대포폰 번호를 확보해, 지난해 10월 말부터 해당 휴대전화를 사용한 시점까지 최씨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휴대전화 통화 내역 1년치를 보관한다. 최씨는 이 기간 동안 미르재단(2015년 10월27일)과 케이스포츠 재단(2016년 1월13일)을 설립하고, 기업들에 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앞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대포폰’을 이용해 검찰 출석을 앞둔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회유하려 한 사실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은 정 전 사무총장의 부인에게 “사모님. 저는 경찰도 검찰 쪽도 기자도 아닙니다. 제가 정 총장님 도와드릴 수 있으니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대포폰으로 보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단독]검찰, 최순실 대포폰 번호 확보 조사중...1년 내역 들여다본다
전직 재단 관계자 지난달 검찰에 넘겨
지난 4월부터 사용…1년치 사용 내역 보관
미르재단 설립즈음 최씨 활동 내역 파악 가능
기자최현준
- 수정 2016-11-03 18:13
- 등록 2016-11-03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