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와 함께 미르·케이스포재단 강제모금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안 전 수석은 “두 재단 기금 모금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모금을 지시했냐”는 질문에 “침통한 심정이다. 잘못한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금 모금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대행했느냐” “최순실씨를 아직도 모르느냐”는 질문에는 “검찰에 가서 모두 사실대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검정색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정 전 수석은 상기된 표정으로 30초간 포토라인에 섰다.
안 전 수석은 최씨와 함께 대기업으로부터 사실상 강제로 두 재단의 자금을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최씨의 지시로 에스케이(SK)에 80억원을 요구했고, 며칠 뒤 안 수석이 전화를 해 ‘에스케이와 얘기는 어떻게 됐냐”며 이것저것 물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안 수석이 모금 과정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는 안 전 수석이 자금 모금과정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고, 대기업으로부터 부정한 청탁 등을 받은 게 없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물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은 국정감사에서는 최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안 전 수석 쪽은 이날 오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최씨를 처음 소환한 뒤 사흘 연속 미르·케이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과 청와대 문건 유출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서영지 현소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