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방성대곡 - 성균인
<시일야방성대곡 - 성균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민심이 ‘풍자’를 통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하야가(下野歌)가 등장했다.

아이디 ‘렁말 코’가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게재한 2분38초 가량의 ‘하야가’는 경쾌한 디스코 리듬이 귓가에 울려퍼진다. 검은색 화면에는 곧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간주 중”이라는 자막이 뜬다. 가사는 “그래 보이긴 했어. 네 머릿속은 새하얀 백지장처럼 텅 비어 보였지”, “그래 보이긴 했어. 아마 누군가 네 하얀 머릿속을 휘젓고 있진 않을까”라고 시작한다. 이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상상보다 훨씬 더, 하야(하야) 하야(하야) 하얗구나. 그러니 하야 하야 하야하렴”, “순실만 가득한 너는 이제 자격이 없어 하야 하야 하야하고”라며 박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곡은 다시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간주’로 흘러간다. 2절에서는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가사는 “의심스럽긴 했어. 혹시나 네가 꼭두각시 춤을 추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는데, 이미 내 속은 까맣게 타네(탄핵) 타네(탄핵) 탄핵하라”라며 “순 실망 가득한 그네 이젠 버려야만 해. 탄핵 좀 시켜봐”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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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현 시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공주전'(연세대), ‘시일야방성대곡'(성균관대), ‘박공주 헌정시’(고려대) 등의 풍자글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31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박공주헌정시'도 연일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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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사학과 학생이 쓴 것으로 알려진 헌정시는 “(근혜가결국 謹惠家潔國) 가정을 사랑하고 국가를 단정히 함을 삼간다면 그 어찌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오”라고 운을 뗐다. 끝으로 “(무당순실이 無當淳實爾) 순박하고 진실한 자는 아무도 당할 수 없으니, 뒤틀린 본분과 방탕한 자질도 용서하며 대한민국은 빈한한 백성에게 나라의 은혜를 베풀어 모든 장정과 선비가 모여드는구나”라며 ‘비선실세’ 최씨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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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시일야방성대곡- 성균인 시국을 말하다’ 소속 학생들이 공개한 대자보에도 연일 눈길이 쏟아진다. 이들은 대자보에 “오천만 꿈 밖에 어찌하여 비선 실세 개입이 사실로 나타났는가. 이 진실은 비단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온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조짐인즉, 그렇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본 뜻이 어디에 있었던가”라며 통탄했다.

 시국을 말하다> 페이스북 페이지
시국을 말하다> 페이스북 페이지

헌정시는 이어 “수백의 국민이 물 아래에서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부당 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국민의 장례식장에 경찰을 투입한 일들을 행했던 장본인은 무슨 면목으로 5천만 동포와 얼굴을 맞댈 것인가”라며 세월호 참사와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을 두고 벌어진 공무원들의 행태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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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곡 - 성균인
<시일야방성대곡 - 성균인

아울러 “민주주의 형식 일반을 거부하는 이 권력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한단 말이냐. 대한민국의 역사를 뒤엎고 국민들을 기만하며 목을 조르는 박근혜 정부는 필시 ‘하야’ 하여야 마땅할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시일야방성대곡 - 성균인, 시국을 말하다〉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