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의 특별감찰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가 ‘스폰서 의혹’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인 11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직과 가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검찰 조사를 받고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고교 동창인 피의자 김아무개씨(구속)한테서 빌렸다는 1500만원의 용처에 대해선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는 앞서 ‘술값과 부친 병원비’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이와 전혀 다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이날 <매일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알려진 것처럼 1500만원을 주고받은 것 이외에는 어떠한 부정한 돈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의 오랜 스폰서였다고 주장하는 김씨는 지난 2월3일 김 부장검사의 지인 ㄱ씨의 계좌에 500만원을 보냈고, 3월8일에는 김 부장검사가 맡았던 사건의 피의자였던 박아무개 변호사 부인의 계좌로 1000만원을 보냈다. 김 부장검사는 인터뷰에서 1500만원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김 부장검사는 500만원은 밀린 술값을, 1000만원은 아버지 병원비를 위해 빌렸고 이 돈은 모두 갚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일 감찰에 착수한 뒤 지인 ㄱ씨 등 참고인 조사를 통해 김 부장검사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진술은 ‘1500만원은 모두 김 부장검사의 지인 ㄱ씨를 위한 돈’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000만원은 김 부장검사가 지인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나누어 지인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는 지난 3일 이뤄진 감찰 조사에서 이런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와 김씨 간의 금전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또 검찰은 11일 오후 김 부장검사에게 부인 명의 계좌를 빌려준 박 변호사를 불러 김 부장검사와의 금전거래 관계 등을 캐물었다. 박 변호사는 김씨와 김 부장검사가 금전거래를 할 때 종종 ‘통로’ 구실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4월 김씨가 곧 고소를 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박 변호사를 통해 150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박 변호사는 <한겨레>에 “김씨는 이 돈으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불했다. 나중에 변호사 사임할 때 김씨에게 그 돈을 그대로 돌려줬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이 외에도 대검찰청이 감찰에 착수한 지난 2일 김 부장검사의 부탁으로 2000만원을 김씨 계좌로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 변호사가 김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시절 수사하던 사건의 피의자였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박 변호사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7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며, 검찰에 수사의뢰를 통보했다. 이 사건은 김 부장검사가 단장으로 있던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에 배당됐으나 1년 가까이 사건 처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남부지검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건은 객관적인 증거 확보를 위하여 상당한 수사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부당하게 지연처리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한 바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