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화 시켜 스티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화 시켜 스티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손글씨가 디지털 폰트화 돼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에 쓰이게 됐다. 15일 김현선 나비레터 대표는 “노숙자들을 돕는 스페인의 ‘홈리스폰트’에서 착안해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고자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디지털 폰트화 시켜 만든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스토리 펀딩(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8467)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진, 영상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나비레터는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을 우리 삶 속에서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스토리 펀딩을 기획했다. 할머니들이 쓰신 800여자의 글씨중 잘 쓰여진 500여자의 글씨를 골라 스캔을 한 뒤 글자를 만들어 2350개의 ‘기억이 담긴 글씨’가 탄생했다. 이 손글씨를 새긴 엽서, 스티커, 티셔츠 등의 제품을 팔아 새달 20일까지 500만원을 채우는 게 목표다. 펀딩을 통해서 모아진 금액은 할머니들의 폰트가 담긴 제품을 제작하는 데 쓰이고, 이를 통해 얻는 수익금은 나눔의 집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기부된다. 김 대표는 “살아계신 모든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폰트화시키고 싶었지만 한글을 몰라 어려워하시거나 병중이신 분 등이 많아 현재는 이옥선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의 손글씨만 폰트화시켜 디자인 제품으로 내놨다”고 말했다.

손글씨는 각자의 아이덴티티와 살아온 인생을 담고 있다는 김 대표의 말대로 두 할머니의 글씨체도 차이가 난다. 이옥선 할머니의 글씨체는 자신감이 느껴지고, 동글동글해 따뜻함이 묻어있다. 반면 손떨림이 심하셔서 한글자 쓰는 것도 힘드셨던 길원옥 할머니는 삐뚤삐뚤 쓰인 글자의 한 획마다 강한 삶의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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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의 손글씨는 ‘사랑해’ ‘좋아해’ ‘언제나 맑음’ 같은 밝고 긍정적인 단어로 표현돼 디자인 제품으로 탄생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가지셨지만 “살아있으니 좋지 않냐?”며 웃으시던 이옥선 할머니의 마음을 담았다. 김 대표는 “할머니들이 눈이 보였으면 더 잘 쓸 수 있을텐데 하며 아쉬워하셨다. 할머니들은 당신들의 고통스러운 역사가 손글씨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셨다”고 말했다.

나비레터는 할머니들의 손글씨가 더 많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도 지속할 예정이다. 이미 정대협은 현수막 등 대외적 활동에서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쓰고 있고, 나눔의집에선 손글씨를 이용해 로고를 만들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이 분들의 어려움과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항상 상기시키자는 차원에서 폰트를 만들고 펀딩을 시작한 만큼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