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거부가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하는지 판단하지 않았다.
헌재는 26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한다고 밝혔다. 각하는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청구를 했을 때 본안에 대해 심리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월 주호영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9명은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했으므로 2012년 5월 이 법에 대한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들은 국회의장이 2014년 12월 북한인권법 등 11건의 법률안과 2016년 1월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10건의 법률안의 심사기간 지정 요청을 거부한 행위를 심판대상으로 올렸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85조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기준을 강화했다. 국회의장이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정하려면 본회의나 안건을 담당한 소위의 재적의원 5분의 3(60%)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그 대상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여야 합의)로 한정했다. 선진화법 이전의 국회법은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을 의결정족수로 안건을 처리해왔다.
청구인들은 국회선진화법이 헌법상 다수결의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해왔다. 본회의나 소위 재적의원 5분의 3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조항과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헌법 제49조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청구인 쪽에선 “다수결의 원리는 소수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는 질적 다수결이 되어야 하므로,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생략한 채 다수결로써 결정을 내리는 것은 다수자의 횡포에 해당한다”고 반론을 펴왔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의 처분이나 부작위가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해한 사실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청구인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헌재가 합헌성 판단까지 해주길 기대해왔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헌재가 만약 새누리당 의원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국회의장의 권한침해를 인정했더라도 국회선진화법 조항이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