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과 이 대학의 경비·청소 노동자들이 오랜만에 마주보며 활짝 웃었다.
숙명여대는 경비 노동자 인원을 감축하고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하려다, 청소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반대 목소리가 빗발치면서 방침을 철회하는 등 3월 한 달 동안 진통을 겪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숙명여대분회는 29일 “학생들의 연대로 청소·경비 노동자 고용 승계와 임금 인상을 이루어냈다”면서 모든 조합원이 교정에 나온 가운데 학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심현주 숙명여대분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이 이뤄지지 않아서 올 봄에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지 못할 뻔했는데, 학생들이 집회와 간담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줘서 고용이 보장되고 근무환경도 좋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심 분회장은 “학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배지를 제작해 선물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이 학생들 손에 쥐어준 배지 버튼에는 경비·청소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하는 그림을 담았다. 재학생 이아무개씨가 경비·청소 노동자들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교내에서 집회를 벌이던 때, 소식을 접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알리고 응원하는 의미로 그렸던 그림이다.
숙명여대분회는 이날 학생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글에서 “학생 여러분이 보여주었던 지지와 성원은 우리가 왜 학교에 존재하는지 알게 해줬다”면서 “서로 응원하고 힘을 주며 우리 모두의 권리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학교와 대화하고 싶었지만,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청소·경비 노동자라는 이유로 우리의 외침은 허공의 메아리였다”며 “용역회사와 교섭해 임금이 인상되고 고용은 보장됐지만 학교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4500명 넘는 숙명인들이 기쁜 마음으로 서명했고,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자보와 페이스북에 많은 응원의 글을 올려줬다”고 밝혔다. 숙명여대분회는 “그동안 옳은 소리 하는 동료들이 며칠 후면 학교에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입을 다물게 됐다”면서 “두렵기도 했지만 노동조합과 학생들의 응원을 받으며 많이 뉘우쳤다”고 했다.
앞서 숙명여대는 새로운 경비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앞두고, 학교 건물마다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면서 경비 노동자 37명 가운데 15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경비 노동자들은 원청인 학교 쪽에 고용 승계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들은 지난 15일부터 아침 교대 시간과 점심시간에 교정으로 나와 홍보 활동을 벌이거나 집회를 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 활동을 벌였다. 숙명여대 학생 4500여명은 경비 노동자 해고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했다. 일부 학생은 학내에 대자보를 작성해 게시했다. 경비 노동자 해고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목소리가 이어지자, 학교 쪽은 결국 지난 23일 경비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보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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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숙명여대분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