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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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 최고수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4 대 1로 승리를 거둔 인공지능(AI)·로봇이 내 일자리를 빼앗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들에게 내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한국고용정보원은 24일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등을 활용한 자동화에 따른 주요 직업군 400여개의 직무 대체 확률을 분석해 발표했다. 정보원 쪽은 미래 기술의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가 제안한 분석 모형을 활용했다.

이 분석 기준을 보면 크게 ‘지각 및 조작’ ‘창의적 지능’ ‘사회적 지능’이 필요한 직무는 인공지능·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손이나 손가락을 이용해 복잡한 부품을 조립하거나 정교한 작업을 하는 경우, 비좁은 공간에 자주 노출돼 불편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경우 대체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로봇이 유연성과 정교한 손놀림을 따라잡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주어진 주제나 상황에 대해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성이나, 음악·무용·미술 등 감성에 기반한 예술 직무를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파악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거나, 의견 차이를 좁혀 합의점을 찾아가는 협상 및 설득 과정,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노력하는 서비스 지향성이 높은 직무들도 대체가능성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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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로 직무가 대체될 확률이 낮은 직업.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자동화로 직무가 대체될 확률이 낮은 직업.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자동화로 직무가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자동화로 직무가 대체될 확률이 높은 직업.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이 기준에 따라 화가 및 조각가, 사진작가 및 사진사, 작가 및 관련 전문가, 지휘자·작곡가 및 연주자, 애니메이터 및 만화가 순으로 예술 관련 직종들의 대체 확률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음식서비스 종사원(18위), 대학교수(21위), 출판물기획전문가(23위), 초등학교 교사(26위), 귀금속 및 보석 세공원(32위) 등 직업들도 확률이 낮은 쪽이었다.

반면 콘크리트공, 정육원 및 도축원,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 조립원, 청원경찰, 조세행정사무원 등은 인공지능과 로봇 등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분석됐다. 정보원 쪽은 이들 직무가 정교하지 않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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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지식과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직업군도 인공지능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흔히 전문직으로 생각되는 손해사정인(40위), 도선사(41위), 일반의사(55위), 관제사(79위) 등의 직무대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올 초 다보스포럼에 나온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 직무 대체는 2020년 전후에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순 반복적인 과업 중심으로 대체되는 것일 뿐 여전히 중요한 의사결정과 감성에 기초한 직무는 인간이 맡게 될 것이므로 막연히 일자리의 소멸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인공지능과 로봇을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창의성과 감성 및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