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살 만한 나라인지에 대한 질문부터 체제에 순응하면서 사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질문까지 그 답변의 층위가 예상보다 훨씬 더 다양해요. ‘우리 세대를 정의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대학생 김아무개(26)씨는 12월 학교 수업 과제를 준비하면서 또래 대학생들을 인터뷰했다. 청년 세대가 가진 사회에 대한 생각과 삶의 가치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금 우리 세대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지’, ‘한국에서 미래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지’ 등을 물었다.

김씨는 청년들이 갖고 있는 생각의 다양성에 놀랐다. 가정형편이나 학교, 거주지에 따라서 바라보는 현실의 격차가 컸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각자의 주장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모습도 의외였다. “평소에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다들 신이 나서 한마디만 더 하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광고

누구나 청춘의 시기를 거쳐온 기성세대는 ‘청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전의 청년세대와 구분되는 2016년 청년세대의 특징이 있다.

우선, 이전 청년들이 대학생 등을 중심으로 ‘타인의 삶을 결정짓는’ 사회 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 2016년 청년세대는 ‘자신의 삶을 결정짓는’ 사회 구조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심이 높다. 이런 경향은 <한겨레>가 만난 200여명의 청년들에게서도 확인된다. 개인화와 각자도생, 계층 격차와 경쟁의 내면화 과정이 역설적으로 사회적인 인식을 일깨우고 있는 셈이다. 2015년 국내 사회 현상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수저 계급론’이 등장하고, “한국이 싫다”며 ‘헬조선’을 말하게 된 배경이다.

광고
광고

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이전에는 개인의 노력으로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최근에는 청년들이 사회적인 변화가 없다면 자신의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계층 등 미리 주어진 조건이 자신의 삶의 궤적과 행복을 결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진단이다. 양극화 등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더 또렷하게 느끼며 절망감은 그 어떤 세대의 청년 시기보다 높은 게 지금 청년들의 또다른 특징이다.

연령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청년층은 보통 15~29살로 규정하는데,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서는 청년 의무고용 할당제 적용을 받는 청년을 34살까지 적용하는 등 사회 상황에 따라 청년을 정의하는 기준도 바뀌고 있다. 이렇게 같은 세대 안에서 격차가 커지면서 ‘386세대’니 ‘엑스(X)세대’니 하는, 시대별로 유형화된 세대 집단의 균질성은 빛이 바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단일한 또는 비슷한’ 집단으로서의 청년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광고

아직 사회 진입이 완료되지 않은 청년층은 기회의 불평등과 양극화 등 각종 사회적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약한 고리’다. 이들 개인의 삶의 미래가 우리 사회 미래의 모습이라는 점에서도, 더이상 청년 문제는 청년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신윤정 청년허브 기획실장은 “어느 때보다 분배 정의나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난 지금 청년세대와 함께 이 문제를 사회 전체 문제로 확장해 해결의 실마리로 삼아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