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의 한 대학에 다니는 서민영(23)씨는 대형마트에서 시식코너 등 판촉행사를 돕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일하는 날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파견업체를 통해 ‘호출’이 오면 간다. 한번 가면 하루에 9시간 정도씩 일을 하고 온다. 서씨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학비와 생활비를 버느라 패스트푸드점과 고깃집, 대형마트 등을 전전하며 일해왔다. 휴학기간을 포함해 5년째 파트타이머로 일해왔지만 그동안 한번도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은 없다. 그는 “회사에서 4대 보험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나도 노후를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20대 임금노동자 4명 중 1명꼴로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2015년 3월 기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9살 임금노동자 333만3000명 가운데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은 79만7000명(23.9%)에 이른다. 30대(11.8%)와 40대(16.2%) 미가입 비율보다 훨씬 높다.
이는 20대 연령층에 비정규직이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소 쪽은 분석했다. 20대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46.1%로, 30대(30.0%), 40대(38.0%)보다 높다. 20대 비정규직만을 놓고 보면, 국민연금 미가입률은 51.2%(정규직 미가입률 0.6%)에 이른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이 시간제 일자리 등 고용이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에 몰려있다 보니 국민연금에 가입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이 불안정한 일자리 탓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청년 빈곤’은 고스란히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 권혁진 경남과학기술대 교수(산업경제학)는 지난달 열린 국회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관한 공청회’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18~59살에 상용직 근로기간의 비중을 기준으로 10분위를 나눠보면, 고용이 가장 불안정한 계층(1분위)이 노후에 연금을 못 받는 ‘수급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은 24.4%에 이르며, 연금액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칠 가능성도 고용이 가장 안정된 계층(10분위)에 견줘 두배가량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20대 청년층은 졸업 뒤 안정적인 첫 직장을 얻는 데 기간이 오래 걸려 국민연금 가입 시점이 늦고 전체 가입기간이 짧아지는 문제도 있다. 통계청 분석(2015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살) 부가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가 졸업하기까지는 평균 60.4개월이 걸리고 졸업 뒤 첫 취업까지는 평균 11개월이 걸린다.
이에 따라 야당과 시민단체는 저소득 청년 취업자·실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공적연금 강화 및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위’는 오는 25일까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