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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52억 고철 ‘MB 로봇물고기’에 얽힌 씁쓸한 뒷얘기

등록 :2014-10-02 15:46수정 :2014-12-11 10:53

4개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영상물에 등장하는 ‘로봇물고기’
4개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의 영상물에 등장하는 ‘로봇물고기’
[뉴스 AS] 혈세 낭비·검찰 수사로 마무리
검찰이 ‘4대강 로봇물고기’를 연구개발하려고 했던 생산기술연구원을 수사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로봇물고기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하천에 넣으면 온도, 오염도 등 수중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며 개발을 추진했으나, 4대강에 한 번도 투입되지 않아 논란을 빚었습니다.

 

4대강 수질관리용 ‘생체모방형 수중로봇(일명 로봇물고기)’ 제작과정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로봇물고기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하천에 넣으면 온도, 오염도 등 수중정보를 측정할 수 있다”며 개발을 추진했으나, 4대강에 한 번도 투입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3부(부장 김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시제품 제작업체 등에 대한 검수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검찰, ‘4대강 로봇물고기’ 생산기술연구원 수사)

 

2010년 당시 저는 과천에 있었던 국토교통부를 출입 할 때였습니다. 6월18일 우리 신문 1면에 ‘4대강 보에 수문 설치 시작’이란 기사를 쓰고 난 뒤였습니다. 기사 출고 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경제부장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정부에서 로봇물고기를 만든다고 하는데 기사를 써라”라는 지시였습니다. 로봇물고기 개발에 착수한다는 지식경제부의 보도자료가 곧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지식경제부를 출입하던 기자가 다른 일 때문에 기사를 쓰지 못해 제가 써야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이런 경우 ‘총 맞았다’라고 하는데요. 처음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고민했었는데, 당시 청와대를 출입했던 황준범 기자가 보내 온 메모를 보고 기사를 써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메모의 요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청와대는 18일 4대강 수질조사용 ‘로봇물고기’를 내년 10월께 실제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로봇물고기의 유영 기술까지는 개발이 끝났고, 크기를 줄이면서 배터리 충전과 수질정보 측정 및 송신 기능 등을 넣기 위해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올 하반기 수조 실험, 내년 상반기에 실제 강에 시범 운용을 거쳐 4대강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10~11월께 실제로 풀어 넣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관련 참모들로부터 로봇물고기 크기가 1m가 넘는다는 보고를 받고 “너무 커서 다른 물고기들이 놀란다. 크기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참모들이 전했다. 참모들이 “많은 첨단 복합기술이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러면 기능을 나눠서 여러 마리가 같이 다니게 하면 어떠냐”며 ‘편대유영’ 방식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45㎝로 절반 이상 줄이는 대신 3~5마리가 편대를 이뤄서 서로 통신하면서 함께 유영하도록 했다.

1마리당 가격은 초기에는 2400만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양산 체제가 갖춰지면 500만~800만원 정도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청와대는 또 로봇물고기는 군사용으로도 쓸 수 있어, 수출도 추진할 예정이다.

로봇물고기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7일 ‘대통령과의 대화’ 생중계에서 직접 소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당시 동영상 속 로봇물고기를 가리키며 “저건 낚시를 해도 (미끼를) 물지는 않는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지난 7월 30일 감사원은 전임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수질 조사를 위해 개발된 로봇물고기가 탁도 측정 센서가 장착되어 있지 않거나 제대로 헤엄을 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7월 30일 감사원은 전임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수질 조사를 위해 개발된 로봇물고기가 탁도 측정 센서가 장착되어 있지 않거나 제대로 헤엄을 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메모를 보자마자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이 떠올랐습니다. 지식경제부와 생산기술연구원 등을 취재했고, 당시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던 황보연 기자의 메모도 받아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정치부와 경제부의 협업으로 기사가 나왔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로봇물고기가 ‘기가 막혀’)

지난 7월30일에는 ‘MB의 로봇물고기’가 ‘실험 결과 조작’, ‘특허·논문 중복’, ‘연구개발비 부당 집행’ 등으로 얼룩진 총체적 부실 사업이었다며 57억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결국 헤엄도 제대로 못 치는 ‘고철 덩어리’로 막을 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4대강 로봇물고기’, 초당 2.5m 간다더니 겨우 23cm)

‘MB 로봇물고기의 추억’은 이렇게 혈세낭비에 검찰수사로 쓸쓸히 끝나네요. 하지만 4대강 관련한 비리나 의혹이 로봇물고기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혈세를 낭비하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려면 4대강 의혹을 철저히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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