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믿었다. 엄마도 기다렸다. 그러나 (정부의) 눈속임으로 우리는 너희를 잃었다.”
5일 오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 어귀.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가족 15명이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당국의 늑장 구조와 정부의 ‘보여주기 식’ 사고 수습을 규탄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이 든 손팻말에는 ‘아이들의 삶을 정부는 외면했다’, ‘차디찬 바닷속, 아이들의 절규를 정부는 들어 보아라’라는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맑았던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 보고 싶다’ 등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절절한 마음이 담긴 팻말도 보였다. 이들의 침묵시위는 이날로 벌써 사흘째를 맞았다. 이들을 본 조문객들은 “아이고, 이 일을 어쩌나…”라며 탄식했고, 마스크를 쓴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이번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청문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도 들어갔다. 이날 분향소 출구에서는 지친 얼굴의 아버지와, 오열을 거듭해 초췌해진 어머니가 정부를 규탄하는 유인물을 조문객들에게 나눠주며 쉰 목소리로 서명을 호소했다. 이들은 유인물에서 “사고 첫날부터 부모들이 두 눈 뜨고 보고 있었지만 정부는 아무것도 안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월호 선장을 제물로 내세우고 언론플레이만 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엄정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고 청문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가족 단위 조문이 이어졌다. 연휴인 지난 3~4일에 이어 조문객들의 행렬은 1㎞ 이상 꼬리를 물고 늘어서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분향소 주변에 수천개의 검은색, 노란색 리본을 달아 희생자들을 애도했고, 추모글 게시판에는 ‘진실규명, 아이들의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 정부는 반성하라’는 등의 쪽지글 수만개가 나붙었다. 또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지난달 28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만들어진 카페 ‘엄마의 노란 손수건’ 회원 80여명은 이날 오후 단체 조문 뒤 단원고까지 2㎞가량 침묵행진을 벌였다.
이날 오후까지 안산의 정부 합동분향소(임시분향소 포함)를 찾은 조문객은 40만명에 육박했다. 경기도 37곳, 서울 17곳 등 전국 131곳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까지 합치면 120만명에 이른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