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숨진 승무원 박지영(22·여)씨의 장례식이 22일 오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장례식장 복도는 ‘고인의 의로움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영웅 박지영’, ‘당신의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화환 120여개로 빼곡했다.

누리꾼들 의사자 지정 청원글 봇물 청해진해운, 장례비 지급 거부 ‘빈축’

기독교식으로 진행된 이날 입관식은 어머니와 여동생 등 가족, 지인들이 오열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엄수됐다. 교회 지인들이 찬송가 등을 부르며 진행된 입관식에서는 유족들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연신 ‘지영아’라고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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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나온 박씨의 주검은 고인의 희생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자원한 정복 차림의 경기도 시흥경찰서 경찰관 9명에 의해 운구됐다. 운구차는 경찰 오토바이 2대와 차량 2대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 고인의 자택으로 향했다.

유족들은 시흥시 신천동 자택에서 노제를 지낸 뒤 시립 화장장인 인천가족공원에서 박씨의 주검을 화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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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2012년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청해진해운에서 승무원으로 일해오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숨졌다. 박씨는 사고가 발생하자 안산 단원고 학생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주고는 학생들을 모두 구한 뒤 나가겠다며, 배로 들어갔다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박씨를 의사자로 지정해달라는 누리꾼들의 청원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다음 아고라에는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양을 의사자로, 국립묘지에 모십시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3만2000여명(오후 5시 현재)의 누리꾼이 지지 서명을 남겼다. ‘의사자’란 ‘직무 외의 행위로서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법에 따라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 이 서명을 처음 제안한 ‘황창하’라고 밝힌 누리꾼은 “박씨가 비록 세월호 승무원이었기는 하나, 정직원도 아닌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이었고, 그녀의 임무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지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사자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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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자로 지정되면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다. 또 국가는 의사자의 유족에게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과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의 예우가 주어진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1000만원 상당의 장례비 지급을 거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선사로부터 장례비를 지급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길 듣고 우선 시에서 장례비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인천 안산/박수혁 김일우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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