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 제도에 관한 가입자의 불만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은 특히 높은 체감 보험료에 집중됐다. 자신의 경제적 형편보다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된 민원 10건 가운데 7건이 이에 해당한다.

건보공단이 31일 발표한 ‘2013년 이의신청 현황 및 사례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이의신청 건수는 모두 3932건이다. 보험료 관련 이의신청이 72%(2823건)로 가장 많았고 보험급여(24%)와 요양급여 비용(4%)이 뒤를 이었다. 이의신청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9년 2574건에서 2010년 2915건, 2011년 2970건, 2012년 3034건 등으로 연평균 13%씩 증가했다. 이의신청이란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나 보험료 부과 및 집행 등과 관련해 가입자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불복 의사를 밝히는 행정심판 절차다.

눈에 띄는 대목은 보험료 관련 이의신청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건보공단은 “보험료 관련 이의신청은 보험료가 실제 가계의 경제 사정 등에 견줘 지나치게 많이 부과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직장을 잃거나 그만둬 수입이 없는데도 지역보험료를 과다하게 매긴다는 주장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쪽은 “소득만이 아니라 주택이나 전월세 보증금,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매기고,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한테 다른 부과체계를 적용하는 현행 법령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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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기된 이의신청 3932건 가운데 행정심판을 거쳐 신청인이 구제를 받은 건수는 448건(11.4%)이다. 건보공단이 자발적으로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사례도 848건(21.6%)에 이른다. 3건에 1건(33%)꼴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는 그만큼 건보공단이 내린 기존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의신청이 인용된 사례는 주로 건강보험급여 자격 인정이나 체납 보험료 완납에 따른 정당 급여 인정 신청 사례 등이었다”며 “단순히 체감 보험료가 너무 높다는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쪽이 밝힌 이의신청 인용 사례를 보면 △명의가 도용된 사용자한테 보험료를 부과했다가 취소하거나 △보험료 고지서를 받지 못한 가입자한테 연체금을 부과했다가 나중에 면제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국민건강보험료에 관한 가입자의 불만은 기본적으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등으로 이원화돼 있는 부과체계에 대한 불신 탓이다. 장기적으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원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높이는 정책 대안 마련과 함께 지역가입자 가운데 보험료를 내기 힘든 가입자와 관련한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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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관계자는 “보험료와 관련한 이의신청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사실은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에 제도적 한계가 많다는 방증”이라며 “이의신청 내용을 적극 수용해 보험료 부과체계가 실제 형편을 반영하고 형평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