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결국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전교조가 1999년 합법 노조의 지위를 얻은 지 14년 만에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빼앗겼다. 단지 9명의 해직자가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6만 조합원이 불법 노동단체의 구성원이 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정부가 지난 8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합법화를 좌절시키고 이미 합법 노조인 전교조마저 ‘불법의 황무지’로 내몰면서 노동계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도 하지 않던 일을 박근혜 정부가 하고 있다. 박정희 군사정권으로 회귀한 느낌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박근혜 정부의 민주노조 말살 정책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노동 분야에서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편이 아니라면 철저하게 탄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 노조 불허나 전교조 법외노조화 통보에서 보듯 자신들과 다르다고 규정한 세력에 대해 철저하게 부정하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날 ‘법 논리’를 내세웠으나, 실상은 ‘정치 논리’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한발 더 나아가, 진보세력의 주요한 진지 가운데 하나인 전교조를 탄압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보수화를 꾀하는 정권 차원의 ‘이데올로기 프로젝트’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뒷배에는 뉴라이트 역사교과서가 자리한다. 전교조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교학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뿌리내리는 데 최대의 적인 셈이다. 조돈문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역사왜곡 교과서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전교조 교사들을 옥죄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전교조는 ‘뉴라이트 교과서 퇴출 및 채택 거부 운동’을 향후 주요 투쟁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사회학)도 “정권이 사회 내 민주·진보파의 진지를 하나씩 부수겠다는 맥락에서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결국 ‘반노동’이라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면서 앞으로 경제·고용 등 다른 분야의 정책 집행에서도 난관에 부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률 70% 달성’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추진중인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같은 정책은 노동계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협력 관계는 이미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률 70% 달성은 노사가 긴밀히 협조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가 국제적·헌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 같은 기초적인 부분을 거부한다면 사회적 합의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 모임 등 교육·노동·시민단체는 이날 잇따라 성명을 내어 정부를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는 비단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과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정권의 전방위적 탄압의 신호탄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제 민주노총의 모든 사업과 투쟁은 반 박근혜 정권 투쟁으로 집중할 것이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전체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탄압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국 임인택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