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52·사진) 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이 “나이가 들어서 65살이 돼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면 인생을 잘못 사신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기초연금안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기초연금이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것에 비춰보면, 대다수 빈곤층·중산층 노인을 ‘인생 실패자’로 폄하한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기초연금 공약 입안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에 출연해 문제의 발언을 했다. 진행자가 “‘기초연금을 많이 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젊은 네티즌들의 반발도 있던데 그런 측면도 있을까요”라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이던 2004년 당의 국민연금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한 데 이어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사회교육문화분과 상임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조정·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것이 오랜 소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민연금추계위원장으로 일했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을 전망하고 재정의 엄밀한 계산을 하기 위해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보건복지부 자문기구다.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노인단체와 복지·시민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이 일었다. 김선태 노년유니온 위원장은 “인생을 피땀 흘려 살아도 노년빈곤이 더 걱정인 사람들에게 인생은 잘 살고 못 살고가 따로 없다. 그런 사람들을 모욕하는 건 인격살인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도 “국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인 노인빈곤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말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김 전 위원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기초연금 적게 받을 걱정을 먼저 할 게 아니라 일단 열심히 살고 노력해서 국민연금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