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9일자 조선일보 칼럼.
2009년 11월 19일자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가 6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을 숨겼다”고 보도하면서, 이 신문이 4년 전 “공직자의 혼외자 보도는 ‘하수구 저널리즘’이다”고 주장한 칼럼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머릿기사로 “채 총장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로 근무하던 1999년 무렵 현재 부인이 아닌 Y(55)씨와 만나 2002년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이는 청와대의 채 총장 인선·검증 과정이나 지난 4월 초 국회의 인사청문회 때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채 총장은 검찰총장 후보로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 혼외자녀 문제를 숨기고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4년 전 한 중앙일간지가 어느 장관의 혼외자 문제를 보도했을 때, 이를 “하수구 저널리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광고

조선일보는 2009년 11월19일치에 실린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친자(親子) 확인 소송에 연루돼 지금 인터넷상에서 시끄러운 A장관 사건을 프랑스의 시각에서 본다면 어떨까. 1994년 11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게 혼외(婚外)의 딸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 (중략) 오래된 불문율을 ‘파리 마치’라는 주간지가 깼다. 파파라치가 찍은 미테랑 부녀의 사진을 게재한 것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숨겨진 자식을 보도한 대특종이었지만, 잡지에 쏟아진 시선은 냉랭했다. 르피가로는 “하수구 저널리즘”이라 쏘아붙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광고
광고

이 칼럼은 “만약 한국의 A장관 사건을 프랑스 신문들이 보도한다면? 아마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 하고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 같다. 그런데 A장관 사건은 프랑스와 다른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A장관이 야당에 의해 공직 퇴진 압박까지 받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프랑스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한국에도 공직자의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전했다.

칼럼은 이어 “그런데 불문율이 A장관 사건에서 깨져 버렸다. 민주당은 17일 실명을 못박아 A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중앙 일간지 한 곳도 실명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문제는 미국 시민권자인 진모씨(35)가 A장관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중략)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A장관과 진씨가 알아서 해결할 개인적 이슈에 불과하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로선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것은 그런 사생활의 문제가 A장관의 직무에 영향을 미칠 ‘공적(公的) 이슈’냐 하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

광고

이 칼럼은 “공직자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 있다. “그래서 어떻다는 말이냐”는 르몽드의 반문은 생각할수록 절묘하다”며 끝을 맺었다.

한편, 채동욱 총장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채 총장은 또 “검찰총장으로서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면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본연의 직무 수행을 위해 끝까지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보도에 모종의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