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판 : 원세훈·김용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증인청문회 이후에도 ‘촛불 민심’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 증인선서조차 거부하고 검찰 기소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안하무인적 태도가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84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제8차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17일 저녁 7시께 4만여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9000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의원 113명 등 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참가자 수는 지난주보다 1만명가량 줄었지만 휴가철인 점과 무더위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이날 저녁 부산·대구·제주 등 지역별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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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는 38년 전 이날 유신 치하에서 의문의 실족사를 당한 장준하 선생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규명에 나설 것 △권영세 주중대사(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상황실장),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당시 선대본부 총괄본부장)의 국정조사 출석 등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전날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 결과에 실망과 분노를 표현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두 아들과 함께 올라와 집회에 참석한 김정열(48)씨는 “생전 처음으로 집회에 왔다. ‘나는 제3자’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청문회를 보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가졌다고 증인선서도 안 하는 모습을 보니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생각에 불쾌했다”고 말했다. 4살 된 딸과 부인 유명진(27)씨와 함께 나온 박재형(30)씨는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으려 했는데 어제 국정감사를 보면서 무관심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국민들은 멍청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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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자들을 색출해서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앞으로 같은 범죄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 113명은 촛불대회 시작 전인 오후 5시30분께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진상규명 촉구 정당연설회’를 열었고 이후 다른 야당 의원들과 촛불문화제에 합류했다. 촛불문화제는 밤 9시20분께 끝났지만 많은 시민들이 늦게까지 광장에 남아 쓰레기를 치우는 등 뒷정리를 했다.

한편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지킴이연대’ 등이 이날 같은 시각 촛불집회에 대응한다며 서울광장 옆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1700명(경찰 추산)이 모여 “반국가 종북세력 척결” 등을 주장했다. 경찰은 69개 중대 5500여명을 주변에 배치했다.

최유빈 기자 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