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53) 씨제이(CJ)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1일 국내외 비자금을 운용해 수백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조세포탈) 등으로 이 회장을 구속했다. 새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표방한 뒤 대기업 총수가 탈세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수감된 건 처음이다.
이날 이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 사실상 처음으로 재벌 총수의 ‘국외 비자금’에 초점을 맞춘 검찰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 회장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국외법인을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외국인을 가장해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거래 등을 하면서 비자금을 불렸는데도 양도소득세 등을 내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씨제이제일제당의 회삿돈 600여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와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350여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홍콩과 싱가포르에 요청한 국외계좌 6~7개의 거래내역을 확보하는 대로 이 회장의 추가 범죄 혐의를 규명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에 따라 이 회장의 조세포탈 및 횡령, 배임 혐의 액수는 늘어날 수 있다.
또 검찰은 2005년 이후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1000억원대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세탁하며 탈루한 의혹과 2008~2010년 씨제이와 씨제이제일제당 주식을 거래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한 의혹 등도 파악할 예정이다.
이날 9시간가량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조사실에서 대기하던 이 회장은 밤 10시50분께 입을 굳게 다문 채 청사를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다시 한번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법원 판단을 받아들이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준비된 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