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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회장 둘러싼 의문들 라정찬(50) 알앤엘바이오 회장은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라 회장은 2001년 서울대 수의대 교수 3명과 더불어 성체줄기세포 전문회사 알앤엘바이오를 설립하고, 독자 기술로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 표준화를 이뤘다는 찬사를 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줄기세포 생산센터를 구축하고, 줄기세포 치료 경험 환자가 1만명이 넘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잇따랐다. 그러나 총체적 비리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크게 네 줄기였다. 알앤엘바이오 주가조작, 성체줄기세포 불법 시술, 정관계 인사에 대한 시술 로비 의혹, 그리고 성추행 혐의다. 소문으로 무성하던 라 회장의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올해 초 한국거래소가 사건을 이첩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시세를 조종하거나 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을 활용해 주가조작을 하는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혐의를 사고 있다. 라 회장은 또 알앤엘바이오가 지난 4월 상장폐지되기 직전 110만주를 추가 처분한 의혹도 받는다. 그는 또 일본·중국 등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을 시행했다. 국내에서 불법인 시술을 외국에서 시행하는 편법을 쓴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2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매달 500여명의 한국인이 1000만~3000만원을 들여 일본의 한 병원에서 이 시술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알앤엘바이오 쪽은 당시 심장병·당뇨·관절염 등을 이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 보건당국은 해당 시술이 아직 임상시험 절차를 마치지 않아 효능과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라 회장은 국내 시술 허가를 받아내려고 국내 정관계 최고위 인사들을 대상으로 시술 로비 등을 벌였다는 의혹도 산다. 국외뿐 아니라 국내에서 시술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앤엘바이오 관계자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전직 대통령과 그의 친인척들, 법조계·종교계 거물급 인사, 정치인, 연예인 등이 주요 고객이었다. 이들은 국내 자택에서 불법으로 시술을 받거나 국외의 지사로 찾아와 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유력 인사들이 라 회장의 뒤를 봐준다는 풍문도 업계에 널리 퍼져 있다. 검찰도 라 회장이 거물급 정관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정관계 인사와 관련한 수사는 착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 회장은 자신의 처조카를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 관악경찰서의 수사도 받고 있다. 그의 처조카 ㄱ(37)씨는 라 회장이 2010년 4~8월 10여차례에 걸쳐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ㄱ씨는 알앤엘바이오 일본지사에서 일하던 중 라 회장의 성추행이 멈추지 않자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난 뒤 올해 초 그를 고소했다. ㄱ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모부(라 회장)를 차마 고소할 수가 없어 참아왔지만 사과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고 고소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밖에도 라 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다른 여성이 경찰에서 참고인 진술을 하기도 했다. 라 회장은 성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이란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4월22일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반려된 뒤,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허재현 김양중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