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부북면 공사현장에 방치되어 있는 불도저에 오르며 당시 한전이 공사를 강행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밀양/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밀양시 부북면 공사현장에 방치되어 있는 불도저에 오르며 당시 한전이 공사를 강행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밀양/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초고압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경남 밀양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전력이 공사 반대 주민들(<한겨레> 6월18일치 10면)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해온 이남우(71)·윤여림(75)·서종범(63)씨 등 밀양시 주민 3명을 상대로 10억원을 배상하라며 지난 2일 창원지법 밀양지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한전은 “2012년 6월7일부터 공사를 재개해야 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를 할 수 없어 손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손해배상 소송과 별개로 주민들에게 ‘벌금 폭탄’을 내릴 수 있는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도 냈다. 지난달 29일 권영길(75)씨 등 주민 7명을 상대로 ‘공사 재개 예정일이었던 6월7일 이후의 공사방해 행위에 대해 1인당 하루 100만원씩 과태료 처분을 내려달라’며 밀양지원에 가처분신청을 냈고, 비슷한 시기 곽정섭(66)씨 등 다른 주민 6명을 상대로도 같은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다른 주민들에 대해서도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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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당한 주민 이남우씨는 “한전이 송전탑 건설로 보금자리를 빼앗더니 평생 모은 작은 재산마저 모두 강탈해 가려 한다”며 분노했다. 한전이 소송 및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주민은 현재까지 모두 15명(중복 포함)이다. 대부분 60~70대 노인들로, 농사를 짓거나 달리 하는 일이 없는 무직자들이다. 당뇨 합병증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 곽정섭씨는 “버는 돈도 없이 남의 집에 얹혀사는 내게 한전이 하루 백만원씩 내라고 하는 건 죽으라는 말”이라며 “지금이라도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콱 죽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공사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신 지 며칠이나 됐다고 한전은 반성하기는커녕 주민들을 협박하는 소송을 제기하느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6월7일부터는 공사를 재개해야 했는데 주민들이 계속 송전탑 설치를 막고 있어 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1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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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토지 주인의 동의 없이도 송전탑 부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는 전원개발촉진법을 활용해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밀양시 산외면·부북면·단장면·상동면 등에 송전탑 건설 공사를 벌였으나, 주민들은 턱없이 낮은 보상비와 전자파 위험 등을 이유로 공사 백지화를 주장하며 맞서왔다. 지난 1월에는 지역 주민 이치우씨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치우씨의 죽음 이후 석달여 동안 공사를 중단했던 한전은 지난 3일 상동면 중산 해발 500m 지점에 대형 헬기를 띄워 굴착기 1대와 자재 등을 내려놓았고, 같은날 단장면 공사현장에 시공업체 관계자들이 진입을 시도하는 등 공사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조경태 민주당 의원 등이 전원개발촉진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어 공사를 강제로 밀어붙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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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현 기자, 밀양/최상원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