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면서 조국 서울대 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대담한 내용을 담은 책 <진보집권플랜>까지 압수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21일 서울 암사동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박정근(23)씨의 집과 사진관을 압수수색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북한 관련 트위터를 리트윗하는 등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점 등 국가보안법 위반에 혐의를 두고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사회당, 포이동공동대책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씨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에서 개설된 트위터 계정의 내용을 리트윗했다.
경찰은 21일 오전 10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8시간여 동안 박씨의 사진관과 집을 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메모리카드, 스마트폰 등을 압수했다. 철거용역폭력근절 관련 토론자료집, 포이동공동대책위원회 회의록, 러시아 혁명사·아나키즘 등을 다룬 사회과학서적 등도 압수해갔다.
박씨는 22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휴대폰,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물론 사회당 입당원서, 친구에게 선물받은 인공기 그림, 유채림 화가가 그림과 글을 써 준 편지봉투 등 사소한 것들도 다 가져갔다”며 “조국 교수의 대담집인 <진보집권플랜>이나 통일부 도서관에서 허가받고 재본한 북한 서적 <사회주의문화건설>등도 가져가 놀랐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박씨의 트위터로도 알려졌다. 박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21일 “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가게와 집이 압수수색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잠시 피시방으로 나왔고 가게 하드는 현재 복사중입니다. 제 방에 있는 몇몇 자료들은 압수되었습니다. 핸드폰도 압수되었습니다”라고 써 압수수색 사실을 알렸다. 박씨는 압수수색하는 도중에 근처 피시방에 가서 이 트윗을 올렸다.
박씨는 통화에서 “경찰이 트윗을 한 지 얼마 지나지않아 피시방으로 찾아와 나를 데려갔다”며 “이어 사진관에서 ‘이거 다른 데다 얘기 하지마. 너가 이런 일 위로 받는다고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라고 트위터에 글을 쓰지 말라고 설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진보집권플랜>이나 각종 토론 자료집 등을 가져간 데 대해 “현장에서 이 책의 성격에 대해 판단할 수 없고,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가져왔다”며 “일단 가압수한 상태로 피의자가 출석해 조사한 뒤 국가보안법 혐의와 관련 없는 것은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은 21일 박씨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고 “박씨는 두리반 투쟁, 포이동 주거복구 투쟁, 반값등록금 집회, 희망버스 등 차별받고 억압받는 이들의 권리를 위해 함께 연대해 온 진보정당의 당원이자 진보적 시민”이라며 “그런 그에게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 죄를 뒤집어씌운다는 것은 사회당과 진보적 시민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위터에서는 박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수사를 비판하는 ‘트위터 성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jangjuseong이 지난 21일 “[무한 리트윗] 박정근 씨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 라는 요구가 담겨있는 트위터리안 선언문을 제안합니다”라고 쓰자 이용자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하나. 정부는 박정근씨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압수수색에 대해 사과하라, 둘. 국정원은 대국민 패킷감청에 대한 현황과 사실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사과하라, 셋.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보법을 폐지하라”는 트윗을 리트윗하고 자신의 이름을 쓰는 방식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박정근씨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며 “나도 박정근이다”라고 외치는 이들도 늘었다. 트위터 이용자 @Solidaritat는 “이토록 많은 박정근을 죄다 가두지는 못할 것이며, 또 이토록 많은 박정근으로 인해 그 한 명의 박정근은 반드시 자유로워질 것이다. 필시 그리 될 것이다.”라고 썼고 @FReEstY0811는 “너희는 압수수색하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박정근 되리라~” 고 썼다.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