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오늘 안 의사를 가슴에 모시겠습니다. 남북 8000만 겨레의 가슴이 모두 안 의사의 묘소입니다.”

안중근 의사가 일제의 형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지 꼭 100년이 흐른 26일, 뤼순감옥이 위치한 중국 다롄의 한 호텔에서 추모 미사가 거행되는 동안 남과 북의 후손들은 잠시 갈등을 잊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와 북한의 조선종교인협의회의 오랜 준비 끝에, 처음으로 남북이 함께 마련한 추모 행사다.

함세웅 신부 등 사제들은 안 의사를 순교자로 기리는 뜻에서 붉은 사제복을 입고 제대에는 붉은 초를 켰다. 안 의사가 형장으로 향하던 마지막 순간 두 동생과 어머니, 부인에게 남긴 유언이 낭독됐다. “나는 천국에 가서도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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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는 강론에서 “안 의사의 유해는 찾지 못했지만 남북 8000만 겨레가 그의 정신과 뜻을 되새기고, 안 의사처럼 살아가는 것, 제2의 안중근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찢긴 남북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기도했다. 북한의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은 “한세기 전 안중근 의사는 침략자 일제에 빼앗긴 내 나라를 되찾고 자주독립, 번영하는 조국을 건설하기 위해 소중한 자기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다”며 “남과 북이 안 의사를 공동으로 추모하는 것처럼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 자주통일을 향해 적극 떨쳐 일어서자”고 말했다.

남북 순례단은 이어 안 의사가 순국한 뤼순감옥으로 향했다. 100년 전 그의 최후의 날엔 온종일 비가 내렸지만 이날은 더없이 화창한 날씨가 일행을 맞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추모단(위원장 박진 의원)의 추모식과 뤼순 안중근연구회·다롄성당의 기념행사 등도 열려 뤼순감옥은 추도의 발길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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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순감옥 내 항일열사기념관 안중근 의사 동상 앞에, 정성스레 한복을 차려입은 한 할머니가 한국에서부터 소중히 안고 온 꽃 화분을 바쳤다. 신동숙(81)씨, 통일운동을 하다 1975년 인혁당 사건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도예종 선생의 아내다. 그는 “독립을 위해 순국한 안 의사와 통일을 염원하다 목숨을 잃은 남편의 뜻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안 의사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 민족이 마음을 하나로 해서 나가기를 바라며 꽃을 바친다. 돌아가신 남편도 꼭 함께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의 일원으로 아들 석형(12), 딸 아영(8)을 데리고 온 양유경(46)씨는 “아이들에게 안 의사의 정신과 역사를 알려주고 싶어 데려왔다”고 했다.

안 의사가 순국한 사형집행장 터에 마련된 기념관엔 남북이 함께 부르는 ‘우리의 소원’이 흘렀다. 북한의 장재언 회장은 “전에도 여러번 와봤지만 오늘은 많이 다릅니다. 남북이 함께하니까”라고 말했다. 조심스런 한마디, 하지만 남북은 이날 안 의사의 정신 안에서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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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남과 북은 황해도에 있는 안 의사 관련 유적들을 복원하고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올해 10월 평양에서 남북 공동학술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다.

뤼순(다롄)/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