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고위 임원이 아파트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6일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원 이아무개(51)씨가 오늘 오전 자신이 살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 앞에서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며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평소 업무부담으로 우울증을 앓았고, ‘업무가 너무 과중해 살기가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말 인사에서 보직을 옮겼다.
서울대 공대 출신의 이씨는 지난 2006년 그룹 내 최고의 엔지니어에게 주는 ‘삼성 펠로’로 선정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 차세대 시이오(CEO)급 중역으로 꼽혀왔다. ‘삼성 펠로’는 삼성이 차세대 핵심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2002년 부터 운영해 온 제도로, 지금까지 이 상을 받은 사람이 13명에 불과할 만큼 ‘정예 인력’들에게만 주어지던 상이다. 삼성 펠로로 선정되면 단독 연구실과 연간 10억원 수준의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된다.
 이씨는 서울대와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전자공학과을 전공한 뒤,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삼성전자 반도체 주력 제품인 비메모리 반도체(D램·낸드 플래시)의 나노기술 개발에 각별한 노릇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회사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수십억원의 가치가 있는 삼성전자 주식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주식을 지난해 3분기 말까지 전량행사해 현금화 한 바 있다.
 하지만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에 대해서는 유가족과 회사 쪽 모두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전 변사로 발견됐고, 타살 흔적은 없다는 것 외에 밝힐 수 있는 게 없다”며 “유가족들이 가족과 고인의 명예를 위해 사망과 관련된 일체의 얘기를 삼가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쪽도 최근 인사 때 ‘수평 보직 이동’이 있었지만, 좌천성 인사가 아니었고 회사 내에서도 이렇다할 문제점이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유족들의 요청으로 이번 일의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쪽은 “유족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언론 쪽에도 ‘개인적인 비극이니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홍석재 김회승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