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새벽 여섯 명의 희생자를 낸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한달이 지났다. 경기 부녀자 연쇄살인사건과 김수환 추기경 선종 등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이, 유족과 철거민들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메아리 없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책임 있는 사과도, 실효성 있는 대책도 없는 정부에 분노와 절망을 느낀다”고 했다.

유족 분노…“한달 지났지만…” 기약없는 진상규명

22일 오후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한달 넘게 합동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유족들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한 때 조문객과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지만, 지금은 몇몇 유족들만이 기약없이 희생자의 영정을 지키고 있다.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들머리는 긴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곳에 은신중인 남경남(55)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의장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이 들고나는 차량이 일일이 검문·검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남씨 검거와 외곽 경비 병력 180여명을 24시간 배치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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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무기연기한 유족들은 ‘메아리 없는 외침’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고 윤용헌(48)씨의 아들 현구(19)씨는 “저도 다음달 개학을 하면 기숙사로 떠나야하고, 다른 가족들도 생계 때문에 빈소를 지키기가 갈수록 힘들다”며 “한달이 지났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유족과 부상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장례식장 비용으로 1억원, 부상자 치료비는 1600만원 정도가 밀려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용역 활개…“변한게 없는데…” 슬그머니 철거 개시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 한강로 남일당 건물은 한달 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건물 주변은 전경버스 10여대가 에워싼 채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은 일반인의 조문과 구속자 석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위해 아직도 참사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건물 앞에 설치됐다가 지난 주말 건물 1층으로 옮겨진 ‘천막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지역 철거 세입자 김장섭(61)씨는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행렬은 끝이 없는데, 용산 희생자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국민의 아버지 노릇을 하는 대통령이 자식이 죽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게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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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들은 검찰의 수사 발표 이후 용역업체의 철거 작업이 슬그머니 재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송옥(42) 용산철거대책위원장(직무대행)은 “용역들이 개의치 않고 4구역을 우르르 몰려 다니면서, 우리가 안 보는 사이에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며 “(철거를) 못하게 하면 물러났다가 다시 나타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참사의 주범은 ‘개발 드라이브’인데 조합이나 구청도 철거를 밀어붙이는 태도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집회 봉쇄…추모대회 막고 거리행진땐 강제연행

서울 도심의 ‘용산 참사’ 추모대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경찰은 예정된 대회장소를 사전에 겹겹이 에워싸는 방식으로 집회를 무산시킨 뒤, 이에 반발해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시도하면 강제연행하는 강경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제5차 범국민 추모대회’가 열린 지난 21일에도 경찰은 8천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대회 장소인 서울 청계광장을 원천봉쇄했다. 희생자 유가족 등 참가자 500여명은 다른 장소에서 대회를 간략히 치른 채 종로와 명동 일대를 빙빙 돌다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족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여 희생자의 영정이 땅에 떨어져 파손됐고, 참가자 8명이 연행됐다.

주최 쪽은 안정적인 장소 확보를 위해 집회 신고를 하고 있지만, 경찰은 추모대회를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추모대회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정부와 경찰이 집회 신고 대상도 아닌 추모식을 법적 근거 없이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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