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하러 나선 한 일용직 노동자가 7일 새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역 부근의 인력사무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성남/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 한 일용직 노동자가 7일 새벽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역 부근의 인력사무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성남/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부가 깎아주겠다는 세금 20조원이면 연봉 2천만원짜리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

정부가 나랏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국민 생활은 확 달라진다.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해 감세하고, 건설업에 돈을 쏟아붓는다면 서민의 삶의 질은 추락한다. 대신 그 돈으로 서민 복지와 사회 안전망에 투자한다면, 서민도 살고 경제도 산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나랏돈을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직접 지원에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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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감세와 건설 투자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내년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4조8천억원이다. 올해보다 무려 26.7%나 늘었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 규제 장치도 대부분 풀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갑작스런 건설 투자 확대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사들의 나눠먹기 사업으로 이어져 예산을 낭비하고, 부동산 거품을 다시 일으킬 위험이 크다. 경기를 회복시키려고 토목공사를 남발하다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처럼 상당 기간 경제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28일 서울대 강연에서 “일본의 실패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신중해야 하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고용 창출 효과도 크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산업연관표’를 분석하면, 토목·건설업에서 10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릴 때 늘어나는 일자리는 8.7개에 불과하다. 제조업을 제외한 전산업 분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기계 도입이 크게 늘면서 건설업의 고용 창출 효과도 제조업처럼 떨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한구 국회 예결위원장조차 “사회간접자본 집중 투자로는 고용 창출 효과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설사 고용이 늘어난다 할지라도 괜찮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만든 ‘건설근로자 고용안정 실태 및 정책 방안’을 보면, 건설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 속에 하루 노동시간이 평균 10시간을 넘고, 비숙련공의 월평균 임금은 169만4천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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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경제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서민과 중산층을 위해 나랏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의 주머니에 돈이 쌓여야 내수가 살고 경제가 회복된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성향(처분가능 소득 대비 소비지출의 비중)이 높은 만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보다 서민층한테 직접 지원하는 게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이 대공황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 정부도 복지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위기를 돌파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돈은 충분하다. 중요한 건 정부·여당의 의지다. 정부의 애초 감세안에 따른 세수 감소분이 매년 20조원 가까이 된다. 정부가 내년 수정예산안에서 추가로 빚을 내겠다고 밝힌 돈이 10조3천억원이다. 사회간접자본 예산까지 일부 줄이면 30조원이 넘는다. 이 돈을 서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민생 뉴딜’에 투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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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이면 연봉 2천만원짜리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1인당 2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양질의 직업 훈련을 받게 하고,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하게 한다면 실질적인 고용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봉 2천만원짜리 일자리 100만개 가운데 상당수가 문을 닫는 자영업자에게 돌아간다면, 과잉경쟁 상태에 빠진 자영업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이나 청년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얻으면, 소득의 상당 부분이 소비로 이어지고 이는 내수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 예산으로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재창출이 그것이다. 정규직화하는 기업에 정부가 지원금을 주는 방안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취약한 일자리가 중소기업 비정규직이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바뀌면 고용 안정과 임금 상승으로 소비 여력이 커지고, 생산성 향상으로 부가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당장 내년부터 5명 미만 사업장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300명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20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4년 동안 18조2천억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민주노총은 추산했다.

내년에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실물경제의 침체로 대규모 실업이 불가피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이 밖에도 요양·육아·간병·교육·장애인 활동보조 등 공공 인프라 확충을 통한 대규모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창출, 대학 등록금 등 교육비 부담 경감, 최저생계비 인상, 고용유지 지원금 확대 등 서민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돈을 풀어야 할 곳은 도처에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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