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크레디트 혜택 연간 1명, 빈곤층 신용회복 기대치 3% ….

정부가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체감도 낮은 복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재원 부담은 국민연금기금에 떠넘기고 있다. 출산 장려나 빈곤층 저리 대출 등 국고를 써야 할 사업에 “국민 주머니를 털고 생색만 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국회와 보건복지가족부 등의 자료를 보면, 복지부가 ‘출산 크레디트’ 사업비를 내년도 예산안에 처음으로 배정하면서 국가 예산을 30%, 연기금을 70% 쓰도록 했다. 출산 크레디트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올해부터 둘째 이상의 자녀를 낳으면 연금 불입 실적을 최대 50개월까지 추가로 얹어 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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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체감도는 극히 미미해서 올해는 단 한 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복지부는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10명치 500만원(국고 부담 200만원)을 배정했다. 현재 아이를 낳는 부부들은 대개 연금 수령 나이와 거리가 먼 탓이다. 지금은 55살 이상 가입자가 늦둥이를 낳거나, 둘째 이상을 입양하는 특수한 경우에만 혜택이 적용된다.

문제는 크레디트 혜택이 급속도로 늘어날 시점에 비용 부담이 ‘슬쩍’ 국민 주머니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재정 추계로 미뤄 본격적인 크레디트 혜택이 발생하는 시기를 2029년 이후로 잡는다. 그해 400여명에게 혜택을 주는 데 6억원이 들고, 2040년에는 67만4천여명에게 8400억원이 쓰인다. 복지부 예산안대로 국고 부담률 30%를 적용하면, 연기금 부담은 5900억원에 이른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가 조정한 대로 ‘50% 국고 부담’이 확정돼도 연기금이 4200억원을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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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정책처 김성은 예산분석관은 “저출산 대책이 향후 인구를 늘려 연금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으로 연기금을 갖다 쓴다면, 연기금을 일자리 대책 등 온갖 정책에 써도 무방하다는 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빈곤층 신용회복을 위한 저리 대출과 이자 손실을 메우는 데도 동원됐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 3월 빈곤층이 자신의 국민연금을 담보로 저리 대출을 받아 은행 빚을 갚도록 하는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청와대는 최대 3885억원을 대출해 29만명이 신용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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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10월까지 다섯달 동안 신청받은 결과, 최종 신청자는 8178명에 그쳤다. 모두 대출 승인이 난다 해도, 실적은 기대한 인원의 3% 수준이다. 연기금은 대출금을 빌려주는 것은 물론, 저리 대출에 따른 2008~2009년 이자 손실액 11억2천여만원의 25%도 메워 줘야 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변금선 간사는 “막대한 연기금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사업, 그것도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고 우선순위도 불명확한 사업들에 연기금을 마구잡이로 동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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