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제2, 제3의 피우진이 나오지 않겠지요?”

피우진(52·사진) 중령이 23일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육군 헬기 조종사로 복무하다가 유방암 투병 뒤 2006년 11월 강제전역된 지 1년7개월여 만이다. 그는 국방부의 복직 명령에 따라 이날부터 현역 신분을 회복했다.

국방부는 이날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 상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 중령은 퇴역 뒤 지난해 10월 퇴역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유방암이 완치돼 현역 복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도, 수술로 가슴이 절제된 것에 대해 “신체 일부가 손상될 경우 퇴역시킨다’는 군인사법의 자동퇴역 규정을 적용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이유였다. 1심에 이어 지난 6일 2심에서도 복직 판결로 그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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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중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가 다시 상고를 할 줄 알았는데 뒤늦게라도 복직 결정을 내려 깜짝 놀랐다”며 “지금이라도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국방부는 “피 중령은 일단 대기상태로 육군본부의 심의를 거쳐 다음 주중 보직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피 중령은 “퇴역 직전까지 헬기 조종을 했던 만큼 다시 헬기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제2, 제3의 피우진을 막을 수 있도록 군 인권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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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중령은 민간인 신분이던 지난 1년7개월 동안 군 인권과 여성 문제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국내 여성·인권단체들은 “활동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가슴절제를 이유로 퇴역시킨 것은 여성 인권 침해”라며 피 중령의 복직 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피 중령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등 정치권에도 발을 들여놨다. 피 중령은 “현역이 됐으니 (당원 신분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피 중령은 지난 1년7개월의 공백에 대해 “정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군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관련) 규정을 바꿔” 또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자동퇴역 조항을 고쳐 모든 경우에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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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중령은 그동안 뻗쳐온 연대의 손길에 깊은 애정을 표했다. “인터뷰를 하노라니 지난 2년이 스쳐 가네요. 28년 군 복무를 하고 나와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인권단체와 자발적 지지카페 회원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변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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