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안을 수용해 특검 도입이 확정된 것과 관련, "필요한 수사는 하겠다"면서도 "특검의 원활한 수사 진행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 국한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수남 특별수사ㆍ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검사장) 차장검사는 28일 오전 브리핑에서 "특검이 임명되면 즉시 그 때까지의 모든 수사자료를 인계하겠다"며 향후 수사방향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브리핑에 앞서 "저희들은 검찰 수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특검법이 제안됐다는 입법취지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다만 특검이 수사를 개시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필요한 범위에 국한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특본의 입장을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필요한 수사'의 범위와 관련해 "다의(多意)적인 의미가 있지만 필요불가결한 수사, 긴급성이 인정되는 수사, 누가 와도 해야 하는 수사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수사, 피의자에게 내성을 길러줄 수 있는 수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떤 피고발인을 소환할 것인지, 참고인은 누구에 대해 출석을 요구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차장은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내용에 따라 여러 가지 판단이 나올 수 있다"며 "긴급성이 있는 경우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중요 증거물과 의심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검토 중임을 내비쳤다.
김 차장은 김용철 변호사를 출석일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한 것과 관련, "`밤새도록 조사받겠다'고 말할 정도로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는 것 같다"라며 "서류 등 증거를 일부 제출했다. 언론에 공표된 것과 그 밖의 것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떡값 검사' 명단이나 삼성 회계자료 등은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께 김 변호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다시 불러 삼성 비자금 의혹 전반에 관해 진술을 들을 예정이며 향후 몇 차례 더 출석시켜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날 참고인 조사에서 20여페이지 분량의 진술조서를 작성했으며 진술조서와 제출된 서류 등을 토대로 고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 차장검사는 전날 대통령의 검찰과 특검 간 `이중 수사' 언급과 관련해서는 "저희들은 원론적인 입장"이라며 "(상부로부터) 특별히 지시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차장은 "수사팀으로서는 의욕을 갖고 시작했는데 특검 통과로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며 특본의 분위기를 전했다.
임주영 성혜미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