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일부 간부들 사이에 때아닌 ‘법리논쟁’이 벌어졌다. 전날 김용철 변호사가 “중앙일보사의 삼성계열 분리는 위장분리였다”고 주장해 지난 99년 있었던 공정위의 계열사 분리결정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회장 사이에 명의신탁계약이 있었고 지금도 유효한다면 중앙일보사는 어떻게 될까?
우선 주식소유현황을 거짓 신고한 것이 판명난다면, 공정거래법 제13조 위반으로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면계약이 유효하다면 중앙일보는 지난해 상호출자금지 집단에 포함돼 주주현황 등 지정자료를 낼 의무가 있었기 때문에 의무 불이행에 따른 처벌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앙일보가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했다고 신고함으로써 출자총액제한이나 상호출자금지 기업집단 지정을 피하게 된 부분이다. 공정거래법 14조에는 허위 자료를 제출해 기업집단 지정을 피한 것이 드러나면 공정위가 강제편입시킬 수 있게 한 조항이 있다. 공정위는 이런 강제편입 조처를 내릴 경우 다시 원점으로 소급해 그동안 출총제나 상호출자금지 규정을 어겼는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공정법상 시효가 5년이고 벌금형 시효는 3년이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위장 계열분리 여부는 김 변호사가 써줬다는 명의신탁계약서의 실제 내용에 달려 있다.
공정위는 주식의 ‘실질소유권’을 기준으로 지분을 파악하는데, 이 때 주식의 사용·수익·처분권 가운데 처분권을 우선시하고 있다. 만약 계약서에 홍 회장이 임의로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면 해당 지분만큼은 이 회장이 실질소유권을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앙일보의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96년 삼성그룹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결의가 있기 직전, 중앙일보가 발행한 3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이 회장 등 삼성 쪽 주주들이 대거 실권하며 홍 회장이 대부분 인수해 이미 20% 넘는 지분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선 검찰에서 이면계약 등과 관련한 문서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면서 “위장으로 판명되더라도 계열분리 승인이 무효가 될지 아닐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