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검찰에 의해 전격 출국금지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 관련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장기간 해외로 나간 뒤 귀국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4년 1월, 참여연대가 이 회장과 구본무 전 엘지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로 다음날 해외로 나간 뒤 4개월이 지나서야 귀국했다. 당시 삼성 쪽은 “그룹 경영과 관련한 출장”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검찰 조사를 피해 도피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이 회장은 2005년 엑스파일(안기부 도청) 사건이 터졌을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녹취록에 나오는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혐의로 고발된 이건희 회장은 그해 9월4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검찰은 이 회장 출국 바로 다음날부터 실무를 담당한 삼성증권 최아무개 부장을 체포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이 회장은 지병 치료 등을 이유로 입국을 미뤘다. 이 회장은 국감증인으로도 채택됐지만 “폐암 정밀검사를 위해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그해 12월14일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사실상 수사를 끝냈고, 이 회장은 2006년 2월4일 휠체어를 타고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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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은 이후 검찰 조사를 극도로 꺼려하게 됐다는 말이 나돈다. 이 사건 이후 삼성에서는 “다시는 회장이 검찰청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측근들도 총수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대선자금 수사 당시 핵심 인물이던 이학수(61)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은 미국과 일본에 머물며 한달 동안 귀국하지 않았고, 김인주(49) 전략기회실 사장 역시 당시 지방출장 등을 이유로 검찰 소환을 거부했다. 당시 검찰은 김인주 사장이 계속 출석을 거부하자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섰으나, 그가 집에 없는 바람에 집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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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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