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4시] 계룡산 갑사 주차장 ‘폭력 MT’ 난장판
“선배 얼굴 모르고 이름 모르는 애들은 뭐야!”
선배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모르는 새내기들에게 오리걸음을 시켰다. 목소리가 작다고 ‘앞뒤로 취침’을 시켰고, “동기 사랑이 부족하다”며 땅바닥을 뒹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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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폭력적인 새내기 길들이기는 체육 관련 학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금요일인 지난 16일 충남 공주시 계룡산 갑사 입구 주차장. 오후 6시께부터 시작된 공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의 새학기 엠티(MT)는 얼차려의 난장판이었다. 이날 엠티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략 60여명.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학과 새내기 30여명은 7~8명 단위로 나뉘어 대형주차장 곳곳에서 선배들이 주는 기합을 받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져 기온이 떨어졌지만 얼차려는 계속됐다. 2학년들로 보이는 선배들은 “빨리빨리 안 합니까”, “고등학교에서 그 따위로 배웠어”, “늦게 들어오면 죽을 줄 알아” 등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가며 새내기들을 윽박질렀다. 2학년들 역시 더 위 선배로 보이는 이로부터 얼차려를 받았다. “훈련교관들은 목소리가 작아도 됩니까”가 얼차려의 이유였다. 주차장 한가운데서 담배를 피우며 ‘훈련교관’들을 통제하는 ‘선배’도 있었다.
밤 9시가 가까워지자 쓰러지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부축을 받아 다리를 절뚝거리며 숙소로 들어가기도 했고, “선배님, 동기 ○○가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란 말도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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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30분께 순찰을 도는 경찰차가 다가왔다. 선배들은 기합을 받던 새내기들을 일으켜 세워 얘기를 나누는 듯했지만, 경찰차가 사라지자 얼차려는 다시 계속됐다.
밤 10시가 넘어 공주대 학생들이 숙소로 들어갈 때쯤, 이번엔 충남 논산의 건양대학교 새내기 30여명이 경광봉을 든 선배의 인솔 아래 주차장에 들어섰다. 이들의 말투는 더 거칠었다. 선배로 보이는 학생들은 “○○○○” “개○○” 등 험악한 욕설을 새내기들에게 쏟아냈다. 얼차려 방법도 더 가혹했다. “선착순 5명”이라며 새내기들을 뛰게 한 뒤, 먼저 들어온 5명에게 “너희들만 살겠다고 이러냐”며 다시 보내기도 했다.
계룡산 갑사 주차장 ‘폭력 MT’ 현장 3- ‘건양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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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입구의 자율방범대 대원 ㄱ씨는 “해마다 엠티철이면 예외 없이 저런다”며 “말려도 보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학생이라고 밝힌 공주대 독어독문학과 3학년 학생은 “하나의 추억”이라며 “해마다 해온 거라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개울 건너편에선 다른 대학 학생들이 캠프파이어와 포크댄스로 엠티를 보내고 있었다.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추억’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었다.
공주/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음성 편집/ 온라인뉴스팀 이규호 recrom295@ne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