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게임과 외도하는 남편’
[하니뭐하니]
아이 보다 더 심한 ‘TV 중독·컴퓨터 게임광’
아이 보다 더 심한 ‘TV 중독·컴퓨터 게임광’
맞벌이 주부 조아무개(39)씨의 남편 이아무개(42·자영업)씨는 ‘리모콘족’이다. 텔레비전 앞에서 먹고, 마시고, 잠자고 심지어 양치질까지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다. 어느날 다섯살박이 딸이 아버지와 같은 품새로 소파에 누워 리모콘을 척 집어드는 걸 본 조씨는 경악했다. 대화단절에 교육 악영향까지 남편이 원인제공했다는 생각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조씨는 이혼을 제의했다. 이에 놀란 남편이 함께 부부상담을 받은 뒤 관계도 회복됐고, 텔레비전 중독 증상도 크게 나아졌다.
전업 주부 김아무개(42)씨도 텔레비전을 안고 사는 남편과 크게 싸웠다. 거실에 나온 아이들에게 남편이 누워서 리모콘을 돌리다가 “공부하러 들어가라”며 버럭 소리를 지른 게 화근이었다. 김씨가 남편에게 “당신이나 텔레비전 끄라”고 비아냥거리자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그날로 아내는 텔레비전을 없애버렸고 남편은 요즘 휴대용 텔레비전과 디엠비폰까지 사서 혼자 텔레비전을 본다.
‘사이버 코쿤족’(나홀로족) 남편들도 있다. 김아무개(38·회사원)씨는 게임광으로, 그의 ‘맞수’들은 대개 초등학생이나 중고생들이다. 30대 후반이라는 남편의 나이를 들은 상대들은 “헤겍!” 하며 놀라기 일쑤다. 아내가 출근할 때도 남편은 “미네랄 많이 캐”(돈 많이 벌어와)라고 ‘선수용어’로 말한다. 아내 의존성향이 강했던 남편은 일에 빠져사는 아내를 못마땅해하는 적이 많았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의 게임을 인정해주면서 ‘집안 평화 유지’를 하는 편이다.
사회적 부침 심했던 60~70년대생
자기만의 공간 은둔 ‘나홀로족’ 늘어
대화 단절·자녀 악영향 ‘가족의 위기’ 주부 박아무개(33)씨는 아직 남편과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게임 마니아인 회사원 남편은 “컴퓨터 팔아버릴거야”라는 아내의 말을 제일 무서워한다. 게임을 둘러싼 실랑이를 하는 게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김씨는 “남편이 게임을 하고 있으면 무기력해보이고 답답해서 자꾸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나홀로족’ 남편들이 늘고 있다. 혼자 있는 게 가족과 함께 있는 것보다 편한 남편들이다. 주로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에 골몰하는 이들은 30~40대가 많다. 이들은 20대 시절, 피시통신 활황기에 <단군의 땅>으로 온라인 머드 게임을 시작했고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같은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을 시작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첫 직장을 얻은 뒤 10년을 채 못 견디고 아이엠에프 한파를 맞아 생계의 부침이 심했던 비운의 세대다. 공동체성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갤러리족’(평생 직장 개념이 깨지면서 회사를 자주 옮기는 사람들), ‘코쿤족’(나홀로족) 같은 신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60~70년대생들이 가정을 이루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나홀로족 남편들’은 갤러리족과 사이버 코쿤족의 연장선상에 있다. 반면 가족 통제력과 문화욕구, 그리고 자녀 교육열이 높은 ‘매니저형’ 아내들은 남편의 중독성향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이나 부부간 대화 부재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이런 아내들은 남편의 외도 아닌 외도에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아내와 남편이 원하는 ‘집’에 대한 상이 다른 것도 갈등의 한 축이다.
건국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아내들은 남편과 ‘관계’를 맺으며 쉬지만, 남편들은 동굴 속에서 혼자 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과부하 상태에서 휴즈가 끊어지듯, 위계를 강조하는 권위적인 회사와 아이들 교육 위주인 가정 사이에서 의도적인 정신적 방전을 만들어낸다는 풀이다. 하 교수는 “남편들이 텔레비전 채널을 쉼없이 돌리는 건 자신과 텔레비전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놓고 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막을 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자기만의 방(동굴)을 만들려는 소극적인 욕구라는 것이다. 마라톤, 싸이클, 밤낚시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에서 자신의 공간을 찾기도 한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는 “가정에서 아이들의 교육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어머니 구실은 강화되지만 아버지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밖에서는 직장인으로서 자아실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고, 가족 안에서는 아버지 책임을 지나치게 떠안거나 책임을 미루면서 혼자 위로받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따라서 한쪽에선 ‘기러기 아빠’라고 할 만큼 아이 교육에 헌신적이면서도 외로운 아버지가 등장하고, 또 한쪽으로는 가족을 도외시하는 형태로 나타나 양극단이 공존하게 된다는 풀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자기만의 공간 은둔 ‘나홀로족’ 늘어
대화 단절·자녀 악영향 ‘가족의 위기’ 주부 박아무개(33)씨는 아직 남편과 해법을 찾지 못했다. 게임 마니아인 회사원 남편은 “컴퓨터 팔아버릴거야”라는 아내의 말을 제일 무서워한다. 게임을 둘러싼 실랑이를 하는 게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김씨는 “남편이 게임을 하고 있으면 무기력해보이고 답답해서 자꾸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나홀로족’ 남편들이 늘고 있다. 혼자 있는 게 가족과 함께 있는 것보다 편한 남편들이다. 주로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에 골몰하는 이들은 30~40대가 많다. 이들은 20대 시절, 피시통신 활황기에 <단군의 땅>으로 온라인 머드 게임을 시작했고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같은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을 시작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첫 직장을 얻은 뒤 10년을 채 못 견디고 아이엠에프 한파를 맞아 생계의 부침이 심했던 비운의 세대다. 공동체성보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갤러리족’(평생 직장 개념이 깨지면서 회사를 자주 옮기는 사람들), ‘코쿤족’(나홀로족) 같은 신인류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60~70년대생들이 가정을 이루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나홀로족 남편들’은 갤러리족과 사이버 코쿤족의 연장선상에 있다. 반면 가족 통제력과 문화욕구, 그리고 자녀 교육열이 높은 ‘매니저형’ 아내들은 남편의 중독성향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작용이나 부부간 대화 부재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이런 아내들은 남편의 외도 아닌 외도에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아내와 남편이 원하는 ‘집’에 대한 상이 다른 것도 갈등의 한 축이다.
‘TV·게임과 외도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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