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교동 365번지 거리에 오래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홍익대 앞 다른 거리에선 보기 힘든 정감 있는 풍경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홍대앞 서교동 365번지
재개발 바람 “부순다” 소문에 건축·예술가들 ‘서교365’ 모임
‘옛 건물의 아름다움’ 홍보 전시
재개발 바람 “부순다” 소문에 건축·예술가들 ‘서교365’ 모임
‘옛 건물의 아름다움’ 홍보 전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5번지. 홍익대 앞 가게들은 쉬이 변하는 젊음처럼 철철이 간판을 바꿔 달지만, 이곳엔 다른 공기가 흐른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비뚤비뚤 이어진 낡은 건물들에는 오랜 단골을 자랑하는 가게들이 많다. 옷가게와 오뎅바, 보쌈집이 그렇고, 위층 술집 ‘바(bar)다’와 ‘로베르네집’은 젊은 예술가들을 밤마다 불러 모은다. 이들은 필요에 따라 건물을 올리기도 하고 때로는 도로를 조금씩 먹어들어가면서 그렇게 진화해 왔다.
이 골목에 재개발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였다. 신흥 유흥가가 밀집한 ‘걷고 싶은 거리’에 포함되면서 오래된 건물이 철거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건축가 홍윤주(31)씨와 건축사무소 ‘제공’, 디자인그룹 ‘노네임노샵’, 미술가들의 모임인 ‘로베르네집’, 인테리어 디자이너 유경씨 등은 술집 ‘바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게 ‘서교 365’(seokyo365.wo.to)라는 모임이다.
“부수고 다시 짓고 재개발하는 것만이 우리네 건물과 골목의 운명은 아니다.” ‘서교 365’가 다음달 19일까지 수·금·토·일요일 오후에만 여는 전시회 ‘나는 이 건물이 아름답다’는 이런 얘기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으리으리한 전시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섯평 남짓한 전시장에는 365번지 거리의 축소 모형이 있고, 각 건물의 소소한 연대기가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건물의 스냅사진은 물론, 세월 따라 자생적으로 변화하는 건물의 역사가 꼼꼼히 기록돼 있다.
건축가 김정주(38)씨는 “추억이 많은 건물을 한꺼번에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식으로 재개발한다는데, 이건 (해법이) 아니라고 본다”며 “에펠탑도 부속을 바꿔가지만 옛 모습을 지킨다”고 말했다.
서교동 365번지가 당장 없어지진 않는다.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 대상지로 포함돼 있지만, 건물 보상비 등 걸림돌 때문에 구청이 사업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개발의 바람이 언제 이곳을 덮칠지 모른다.
건축가 홍윤주씨는 “필요에 따라 덧대고 올려 세월이 켜켜이 묻은 건물의 역사가 아름다운 것”이라며 “인위적인 개발 대신에 거리가 자연스런 변화와 죽음을 맞게 할 수는 없겠느냐”고 반문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5번지 거리에 오래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홍익대 앞 다른 거리에선 보기 힘든 정감 있는 풍경이다. ‘서교 365’ 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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