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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방과후 원어민수업 ‘소개업체 배불리기’

등록 :2006-04-16 19:01수정 :2006-04-16 19:07

하루 16만원 중 6만원이 수수료
강사들은 이중계약에 통장 압수
학교쪽은 강사 자질 검증 못해
업체 “맘대로 출국 문제” 해명
지난 1월 공립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려고 한국에 온 미국인 낸시(가명)는 소개업체에서 내민 고용 계약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계약서는 버젓이 ‘이중 고용계약’을 명시하고 있었다. 계약서에는 ‘학교와 강사가 맺은 계약은 단지 한국 정부로부터 E-2 비자(외국어 회화 지도를 하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자)를 받기 위한 것이며, 업체와 강사 사이에 맺은 계약이 실제 계약’이라고 돼있었다. 심지어 학교로부터 임금이 들어오는 통장은 업체에서 관리하고, 강사는 통장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통장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해당 원어민 강사의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으로 급여를 보내면, 업체가 이를 받아서 ‘수수료’를 먼저 뗀 뒤 나머지 돈을 원어민 강사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업체 쪽은 낸시에게 학교에서 지급하는 수업료인 시간당 4만원 가운데 업체에서 15000원을 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하루 4시간 수업을 하는 원어민 강사는 하루에 16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10만원을 받는 것이다. 6만원은 고스란히 소개업체가 뗀다. 낸시는 주변에서 소개업체와 ‘이중계약’을 맺어 매달 업체 쪽에 수십만원씩을 떼이는 외국인 강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초·중·고교생들이 수업을 마친 뒤 학교에서 특기적성 수업을 받는 ‘방과 후 학교’는 학부모들이 수업료를 부담하고 있다. 컴퓨터 교육과 같은 일부 과목은 교육업체가 프로그램 공급에 참여하는 길이 열려있지만, 영어는 학교와 강사가 직접 계약을 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소개업체들이 끼어들면서 학부모들이 수업료도 내는 돈의 상당 부분이 소개업체들의 배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학교에서 소개업체를 통해 외국인 강사를 소개받다 보니, 학교가 직접 강사들의 자질을 검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서울의 ㄱ초등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던 사이먼(가명)은 “학교 쪽은 나의 수업을 마음에 들어했지만, 업체 쪽에서 다른 강사를 소개하겠다고 해서 계약을 연장할 수 없었다”며 “학교장과 교감은 좋은 강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업체 쪽과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전했다.

외국인 강사 30여명을 각 학교에 소개하고 있는 ㅇ사 쪽은 “원어민 강사들에게 강의 교재와, 기자재, 수업안을 짜서 제공하는 대가로 매달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강사들이 계약기간 중에 임의로 출국해 버리는 등 문제를 자주 일으켜 월급 통장을 직접 관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원어민 영어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100여곳에 이르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소개업체를 통해 강사들을 소개받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학교에서 직접 강사들을 찾아나서기도 힘들고, 강사와 영어로 계약을 맺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학교와 강사가 1:1 직접 계약을 하도록 꾸준히 지도를 하고 있다”며 “강사 인력풀을 만들어서 학교에 제공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만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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