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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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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가 ‘대통령이 역정을 냈다’고 회의 뒤 여권 인사에게 말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회의 참석자가 이 발언을 전한 시기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이 언론에 보도되기 한참 전이었다. 참석자의 이런 증언은 ‘VIP 격노설’을 사실로 확정하는 ‘스모킹 건’으로 해석된다.

한 여권 인사는 최근 한겨레에 “지난해 7월31일 아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로부터 ‘채 상병 사건 보고를 받고 윤 대통령이 역정을 내셨다’는 취지의 말을 지난해 8월 들었다”고 말했다. 브이아이피 격노설은 현재까지 ‘누군가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은 해병대 김계환 사령관이 그렇게 말했다’는 식의 간접 증언 외에는 추가 증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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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설은 지난해 7월31일 아침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찰로 이첩한다’는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화를 냈고, 이후 대통령실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이 움직여 이첩 보류·기록 회수·재검토 지시 등 각종 탈법적 행위가 잇따랐다는 의혹이다. ‘채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의 출발점으로, 윤 대통령이 21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별검사법’의 핵심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여권 인사가 회의 참석자로부터 ‘격노설’을 들은 날은 격노설이 대중에 알려지기 전이었다. VIP 격노설은 지난해 8월27일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가 박 대령 쪽이 만든 ‘수사 진행 경과' 문건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항명 혐의 등으로 입건된 박 대령 쪽이 수사 대비를 위해 만든 해당 문건에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해 들은 바, 7.31(월) 오전 대통령 주관 대통령실 회의 시 안보실 국방보좌관(비서관)이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 예정이다’라고 보고하자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바로 국방부장관 연결”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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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회의에는 통상 국가안보실장과 안보실 1·2차장 등 극소수 인사만 참석한다. 사안에 따라 비서관급을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배석하기도 한다.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김계환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VIP 격노설을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수처는 23일 김 사령관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와 주변인 진술 등을 종합해 당시 김 사령관이 박 대령 외 인물에게도 사건 이첩 보류가 윤 대통령 격노에서 비롯됐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정황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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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 정황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실 회의 참석자 등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윤 대통령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를 판단하려면 구체적인 발언 내용과 지시 맥락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지현 beep@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