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리에 밤사이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리에 밤사이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아 어떡하냐, 이거 타야 하는데….”

22일 밤사이 내린 폭설로 지하철 2호선이 연착되면서 40대 직장인 안아무개씨는 아현역에서 만차인 열차에 몸을 급하게 욱여넣었다. 같은 역 다른 남성은 다급하게 정거장으로 들어와 “미치겠네, 다음 차가 오지도 않네”라고 말하며 이미 꽉 찬 지하철을 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렸다.

봄을 앞두고 갑작스레 내린 폭설 영향으로 서울지하철 2·5·7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등 출근길에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많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아침 7시께 고덕 기지의 선로가 얼어 5호선 전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오전 8시30분 5호선 청구역에선 ‘5호선 지연으로 열차 이용에 어려움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방송이 5분 간격으로 이어졌다. 2호선은 일부 지상 구간에서 신호 장애로 20~25분가량, 7호선은 상행선과 하행선이 각각 10분, 25분씩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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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리에서 한 시민이 밤사이 내린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거리에서 한 시민이 밤사이 내린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 8시55분, 2·5호선 환승역인 왕십리에서 직장이 있는 문래역까지 간다는 길아무개(25)씨는 출근 시간인 9시가 다 돼가는데도 세 정거장 전인 합정역에 머물러 있었다. 길씨는 “신촌에서도 계속 멈추기를 반복했다”며 “가끔 정차했다가 가는 경우는 있어도 오늘처럼 심각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아침 8시께 5호선 명일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던 한 여성은 감당하기 어려운 인파에 “지하철 타는 게 오징어 게임이냐”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폭설로 시민들이 대중교통으로 몰린 데다가 지하철 운행까지 늦어지면서 혼잡도가 더 컸다. 서울 강동구에서 서초구로 출근하는 이민현(34)씨는 “제설이 안 돼서 자동차를 두고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이 가득 차고 계속 열차가 지연돼 2대 보내고서야 겨우 탔다”며 “평소 40분이면 가던 출근길이 2배가 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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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역에서 청구역까지 온 박란연(26)씨는 “평소보다 사람이 1.5배 많아서 타고 오는데 힘들었다”고 말했다. 논현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윤아무개(28)씨도 “지하철이 너무 느려서 출근이 10분 정도 늦었다”며 “다른 지하철이 지연되면서 연달아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5호선 명일역에서 출근하는 직장인 김아무개씨도 “아무리 늦어도 6분 간격으로 오던 5호선인데 13분 뒤에 온다고 해 당황했다. 오는 열차도 사람이 꽉 차서 탈 수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 지역에 폭설이 내리면서 출근시간대 지하철 5호선 열차 운행이 전 구간에서 늦어진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역에 폭설이 내리면서 출근시간대 지하철 5호선 열차 운행이 전 구간에서 늦어진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갑자기 많이 내린 눈이 오전까지 치워지지 않으면서 시민들은 앞사람의 걸음을 따라 한 줄로 걸었다. 서울 영등포구 거주하는 강혜원(25)씨는 “아침 8시쯤 신림역 지하철 근처 인도도 제설이 제대로 안 된 상태라 통행 가능한 인도 폭이 좁아서 다 같이 한 줄로 걸었다”며 “한 줄 걷기를 하니 횡단보도 건너는 데도 시간 오래 걸려서 신호 빨간불로 바뀐 뒤까지 건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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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쌓인 눈으로 자차로 이동하는 직장인들의 출근도 늦어졌다. 인천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근하는 김아무개(27)씨는 “8시20분이면 회사에 도착했는데 경인고속도로가 평소보다 30분은 더 정체돼 회사에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오전 0시~10시 기준 서울에 12.3㎝의 눈이 쌓였다고 밝혔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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