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등이 고 채아무개 상병 사망사건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시민 2만여명이 서명한 명부를 국회의장실에 제출했다.
군인권센터 등 4개 단체(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TF)는 7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곳곳에서 대통령실로부터 시작된 외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언과 녹취, 진술 등이 계속해 드러나고 있지만, 진상규명의 공식적 절차가 어디에서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8월 시민 5만명이 참여한 채 상병 사건 국정조사 실시 청원이 국회에 제출됐고, 같은 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의장이 조사위원회만 구성하면 바로 국정조사가 시작되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3개월 넘도록 구성하지 않자, 단체들이 재차 촉구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시민 2만309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국회의장실에 전달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는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김진표 의장이 진실을 위한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국회의장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공수처에서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사는 국민 입장에서 보는 것 이외에 다른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서 질문할 수 있는 국정조사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너무 중요하다”고 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아들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군대 가야 하는 것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그 아들들을 나라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군대에서 폭력을 당해도 소외가 되어도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어떤 마음이든 알 필요도 없고 죽어도 상관없다는 국가의 태도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반드시 국정조사를 실시해서 진실을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서명에 참여한 시민이 남긴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과 정황 등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해병대수사단은 사건 조사를 끝내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으나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회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이첩 및 회수 과정을 군에서 보고받지 않았고 관련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해왔지만,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해병대사령관 쪽 간에 전화통화가 있었다는 사실 등이 확인된 상태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