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손준성 검사를 총력 엄호하던 법무부·검찰은 지난 31일 1심 판결로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정치적 중립을 어겨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중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손 검사를 ‘비위 혐의가 없다’며 털어준 데 이어 검사장으로 승진까지 시켰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3월 ‘손 검사를 감찰했으나 비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냈다. 비위 혐의를 넘어 불법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을 법원 판단 전에 부처에서 감찰 종결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법원이 유죄로 판결하면 ‘비위 혐의 없음’이라는 자체 감찰 판단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31일 법원은 손 검사장의 혐의 중 일부를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가장 입증 수준이 높은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가, 그보다 입증이 덜 필요한 감찰 조사에서는 ‘비위 혐의 없음’ 처분을 받는 모순이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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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검사의 비위 혐의를 털어주고 6개월이 지난 뒤 법무부는 손 검사(당시 서울고검 송무부장)를 검사장 직급인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승진시켰다. 승진 인사 발표 당일에도 재판정에 출석한 이를 모든 검사들이 선망하는 검사장 자리에 앉힌 인사였다. ‘조직에 충성하면 보상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몰상식한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스스로 밝혔던 인사 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장관은 2022년 6월 문재인 정부 당시 중용됐던 검사들을 법무연수원으로 발령 내면서 “감찰이나 수사를 받는 상태가 지속되는 고위급 검사 수가 늘고 있다. 그런 분들을 수사·재판 (업무를) 하는 곳에 장기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손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해 보임한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리는 항고 사건에 대한 수사 업무까지 담당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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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범’으로 판단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 처분하기도 했다. 재판 중이던 손 검사에게는 유리한 처분이었다. 김 의원은 2022년 5월 공수처 수사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검찰에 기소권이 있었다. 공수처가 ‘기소해달라’며 사건을 넘겼지만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제3자가 (고발장) 자료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무혐의 처분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김 의원에 대한 충분한 조사도 없이 공수처 결론을 뒤집었기 때문에 뒷말을 낳았다. 이날 법원이 공수처가 파악한 전달 경로를 사실상 인정함에 따라, 이런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