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함량이 많은 이른바 ‘비계 삼겹살’(과지방 삼겹살)을 ‘고향사랑 기부제’ 답례품으로 보냈다가 논란이 된 업체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재계약에 실패해 퇴출됐다.
23일 인천 미추홀구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고향사랑 기부제 답례품 협약을 맺었던 ㄱ업체와 계약이 종료됐으며 올해는 재계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미추홀구와 협약을 맺은 5개 업체 가운데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업체는 ㄱ업체가 유일하다. 미추홀구는 상반기 중에 다른 답례품 업체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향사랑 기부제 인천 미추홀구는 기부 안 하는 편이 좋을 듯’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답례품으로 삼겹살 500g, 목살 500g이 왔는데 목살은 살코기 덩어리가 와서 먹을 만했는데 삼겹살은 3분의 2 정도는 (비계를) 떼어내고 버렸다”며 “괜찮아 보이는 부분을 위에 올려놓고 포장을 해서 비닐을 벗겼을 때 기분이 더 나빴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 누리꾼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히 섞인 목살과 달리 삼겹살은 지방 함량이 지나치게 많아 살코기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당시 이를 본 누리꾼들은 “삼겹살인지 지우개인지 (모르겠다)”, “뭐 볶아 먹을 때 돼지기름 필요하면 써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ㄱ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데는 이번 삼겹살 품질 논란 영향이 컸다”며 “나머지 업체에서는 품질 관련 민원이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논란 이후 미추홀구는 ㄱ업체에 사과 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ㄱ업체는 글을 올린 기부자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새 상품으로 교환해줬다고 한다.
삼겹살 품질 논란에 지난 1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설 성수기에 축산물 수요가 급증하고 최근의 과지방 삼겹살 논란 등 저품질 축산물 유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22일부터 2월8일까지 3주 동안 축산물 가공·유통업체에 대해 품질관리 실태 특별점검·지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로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거주지 외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상품권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답례품으로 가장 인기 있던 품목은 돼지고기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제외하고 판매가 많았던 답례품 상위 10개 품목 중 4개가 돼지고기였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