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8월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영업 양도·양수인 간 행정제재 효과 부당 승계 방지 제도개선 권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8월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영업 양도·양수인 간 행정제재 효과 부당 승계 방지 제도개선 권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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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공수처를 견제받지 않는 “괴물기관”이라고 비판하며 출범에 반대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수처 안팎에선 정치 편향 논란이 있는 김 부위원장이,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 출신인 김태규 부위원장이 변호사 개업을 하고 2021년 2월 펴낸 책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에는 ‘공수처 신설, 누구를 위해?’라는 제목의 7쪽 분량 글이 담겨있다. 김 부위원장은 방대한 검·경 조직이 있음에도 수시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괴물기관인 공수처까지 만들었다”고 적었다. 그는 공수처를 “오랜 과오와 학문적 숙고를 거쳐 정비된 형사사법 절차 안에 난데없는 이질 분자”라고 평가한 뒤 “정치와 차단막이 거의 없어 정치권력이 제시하는 기준이 그대로 반영”되거나 “정권 수호를 위한 유리한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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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공수처를 그토록 비판한 이가 공수처장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며 “이런 부적절한 인식을 가진 인사를 추천한 이들도 무슨 생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6일 열린 3차 후보추천위 회의에서 7표 가운데 4표를 얻어 가장 많은 찬성표를 확보해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로 떠올랐다. 다만 5표는 얻지 못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최종 후보 2인으로 선정되지 않았는데, 후보추천위는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해 오는 20일 4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김 부위원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과 공수처 후보추천위 등은 공수처장 후보의 첫번째 요건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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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보수 성향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의 인식은 극단적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좌익단체들이 총동원돼 대중을 선동하고 모아낸 에너지가 처음으로 제대로 작동해 정권을 무너뜨리는, 의미가 나름 큰 사변”이라고 평가했으며, 탄핵을 인용한 헌재 결정에 대해선 “다툼이 첨예한 사건이 재판관 전체 만장일치로 판결난 것도 진실과 공정성에 의심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에 박 전 대통령 책임을 묻는 이들에겐 “고대국가 시대에 일어난 천재지변의 책임을 물어 왕 내지 신지(군장)를 처단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표적감사 의혹’ 수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여권이 김 부위원장을 처장으로 민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월 에스엔에스(SNS)에 ‘신·구정권 인사가 뒤섞이며 조직이 어정쩡하다’며 전 전 위원장 사퇴를 사실상 압박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