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건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당시 대표이사에게 무죄를 확정지었다. 일터의 안전을 좌우할 최종적 권한을 가진 원청과 그 경영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김용균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하청 관계자들 사건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해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와 서부발전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12월 김씨가 숨진 뒤 꼬박 5년 만이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상하탄설비 운전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2018년 12월11일 새벽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컨베이어벨트의 안전 덮개가 열려 있었고 ‘2인1조’ 작업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았던 점이 사고 원인으로 지적됐다. 야간 근무 중인데도 컨베이어벨트 통로 부근에 조명이 켜져있지 않았고, 비상정지장치(풀코드스위치)도 불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20년 8월 원·하청 기업과 임직원 14명을 기소했다.
원청의 김병숙 전 대표는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청노동자인 김씨와 실질적 고용관계가 없고 ‘산재 위험을 몰랐다’는 이유였다. 1심은 원청 법인(벌금 1천만원)과 원청 소속 권유한 전 태안발전본부장(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인정했지만, 그마저도 2심에서는 무죄로 뒤집혔다. 하청 대표이사와 원·하청 간부들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됐지만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돼 실형을 받은 이는 1명도 없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