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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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받을 기회에서 밀려난 노인을 실제로 보니 슬프고 답답한 마음이었어요.”

지난달 25일 오전 감기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내과를 찾았던 장윤정(44·서울 송파구)씨는 진료를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해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노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장씨가 방문했던 병원은 ‘똑닥’과 같은 병원 예약 애플리케이션과 현장 접수를 동시에 받는 곳이었는데, 노인은 오전 10시 전에 병원에 도착했지만, 현장 접수를 한 탓에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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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폐렴 등이 유행하면서 소아청소년과·내과 등 병원에 사람들이 몰리는 가운데, ‘똑닥’ 등 유료 병원 예약 앱 없이는 진료받기 어렵다는 환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유료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노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진료받을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유료 앱을 통해서만 예약 접수를 받으면 의료법 위반(진료 거부)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2017년 출시된 똑닥은 앱을 통해 진료 예약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의료기관 시스템과 연동돼 이런 서비스를 하는 것은 똑닥이 유일하다. 누적 가입자 수 1000만명, 전국 1만여 병·의원과 제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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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홍아무개(30)씨는 지난 2일 독감에 걸려 집 주변 이비인후과 2곳에 전화를 했으나 유료 병원 예약 앱으로 예약하지 않으면 진료가 어렵거나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서울 은평구까지 차를 타고 나가 겨우 진료를 받았다. 홍씨는 “열이 심하게 나서 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앱으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진료가 어렵다고 해 막막했다”고 했다.

특히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소아과 진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앱을 통한 예약이 필수가 됐다. 9살 아이를 키우는 김정덕(44·서울 구로구)씨도 올해 3월 아이 병원 때문에 처음으로 병원 예약 앱을 설치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는 “병원에 전화하면 일단 ‘똑닥 했냐’고 먼저 물어본다. 앱이 없으면 예약이 안 된다고 해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젠 병원에 가려면 ‘티케팅’처럼 아침 8시가 되자마자 앱에 들어가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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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병원에서 유료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진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지금은 월 1천원이지만, 향후 독점 구도가 형성되면 가격을 올려 의료 이용 기회에 격차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앱 사용이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자신보다 늦게 온 ‘예약자들’을 바라만 보는 경우도 생긴다. 홍씨는 “60대인 어머니는 평소 앱으로 예약하지 못해 2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받아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앱 사용이 쉽지 않은 노인들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앱만으로 진료 예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면 접수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 두 방식 간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에서 특정 방식만 이용해 예약하도록 하면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며 “각 지방자치단체에 다양한 접수 방식을 병행하도록 모니터링하고 지도 감독해 달라고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똑닥 쪽은 놀이공원 ‘패스트트랙’처럼 우선권을 주는 것이 아니고, ‘줄 서기’를 대신해주는 서비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똑닥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병원에 현장 접수와 모바일 접수를 병행하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연간 수십억원 적자가 나서 오래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유료화한 것이다. 향후 가격 인상 계획은 전혀 없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