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자란다.
충청북도 오송의 한 건물. 높이 1.5m, 지름 1m, 무게 1.3t의 커다란 수조에서 검은 물체가 형형색색 조명을 받으며 물살에 따라 세차게 움직였다. 김이었다.
김 육상 양식 기술이 개발돼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풀무원기술원은 수온·염도·광도 등을 바다와 같은 조건에 맞춘 ‘생물반응기’(Bioreactor)를 통해 김을 배양해 생산하고 있다. 바다의 ‘반도체’라 불리며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산 김은 해수 온도 상승과 해양 오염 등으로 생산량이 줄고 있다. 50년 동안 세계 바다의 표층 수온은 평균 0.48℃ 오르는 동안, 한반도 인근 해역은 1.23℃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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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11월~4월)에만 김 수확이 가능하다 보니 수온 상승은 김 양식에 치명적이다. 이에 계절과 지역에 상관없이 김 생산이 가능한 생물반응기 육상 양식이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한반도 해역의 수온 상승세가 지속되면 2100년에 최대 4℃까지 오를 수 있다며, 김 양식장의 해외 이전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바다에서 자란 김이 아닌 뭍에서 자란 김이 우리 밥상 위 한자리를 차지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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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