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7일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민의힘의 ‘전장연 낙인찍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장연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7일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민의힘의 ‘전장연 낙인찍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장연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시 보조금을 출근길 지하철 시위 등에 사용했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이 지난 5일 내놓은 주장이다. 이후 그는 전장연과 소속단체들이 지급받은 보조금을 용도에 부합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국가 보조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는 혐의로 이들 단체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논란의 배경에는 전장연 소속단체들에게 지급된 일자리 사업 보조금이 어떤 노동 형태를 인정하는지에 대한 시각차가 깔려 있다.

① 전장연, 보조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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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은 “전장연이 10년간 1400억 정도 서울시 보조금을 받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전장연은 여러 단체의 연대체, 즉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보조금을 수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장연은 이 주장이 허위사실이라며 국민의힘 쪽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다만, 전장연 회원단체들이 보조금을 받은 건 사실이다. 전장연에는 총 165개 단체가 소속돼 있다. 김종길 서울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8개의 전장연 회원단체가 10년 동안 서울시로부터 14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권리중심일자리 사업’에 지출된 예산은 140억원이고 이중 114억원이 전장연 회원단체에 지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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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보조금으로 집회 참가자들에게 수당 지급?

이 주장의 진위를 따져보려면, 서울시가 보조금을 지급한 ‘권리중심일자리 사업’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사업은 노동시장 참여가 불가능한 최중증장애인의 고용을 위해 서울시가 2020년 도입한 사업이다. 전장연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에 명시된 권리를 알리고, 권리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직무로 한다. 유엔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제고, 존엄성과 관련한 캠페인이 부족하다고 한국에 권고했고, 그 권고를 바탕으로 ‘권리노동’이 만들어졌다. 권리노동은 캠페인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즉, 장애인 권리 향상을 위한 캠페인을 하라고 보조금을 주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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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권리중심일자리의 유형으로 △장애인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등의 3가지 분야를 제시해왔다. 그러면서 장애인단체들의 ‘장애인 권익옹호를 목적으로 한 집회 참여이므로 이 사업의 일환이다’라는 해석을 문제삼지 않았다.(*다만 최근 방침을 바꿔 다음달부터는 ‘집회 참여’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 전장연 소속인 ㄱ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2021년 서울시에 제출한 ‘권리중심일자리 추진실적’ 보고서를 보면,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해 버스 정류장 앞에서 연 집회가 실적으로 기재돼 있다. 서울시가 문제 삼지 않기 때문에 보고서에 첨부한 셈이다. ㄱ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시 집회 참여는 권리중심일자리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단순히 집회 시위 참여를 일자리 활동으로 했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 삼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보조금이 ‘불법 집회를 하라’고 지급된 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불법 집회 참여까지 일자리로 인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ㄱ센터가 2021년 서울시에 제출한 문서에 담긴 시위가 불법시위라고 본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이 장애인 승하차가 가능한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며 차도에서 버스 이동을 막는 행위를 벌였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해석 여부가 문제가 됐을 땐 문헌적 의미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며 “권리중심일자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취지, 공고문 같은 것에 비춰보면, 장애인들의 권리행사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일자리로 명령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불법이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조금 환수 추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회 참가’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불법 집회 참가’인 경우에만 보조금 환수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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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지하철 시위에 썼나

국민의힘은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 참가자에게 보조금으로 수당을 줬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면서 전장연 전직 관계자들의 익명 증언을 공개했다. 이들은 “전장연은 권리중심 일자리를 길거리 데모, 농성, 지하철 점거 등으로 축소시켜버렸다. 이런 과격한 형태의 일자리는 장애인에게는 버거운 노동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기 위해 (집회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들 증언을 토대로 하 의원은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 (참여를) 조건으로 월급을 준 것은 확실하다”며 “지하철 시위에 참여한 것을 (일자리 지원 사업상) 노동시간으로 산정해 돈을 준 건지 아닌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장연 쪽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권리중심일자리 사업’ 참여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행복해하는 사람도 많다. 지하철 시위에 돈을 주고 사람을 동원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