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대 체육학과 새내기들이 지난 2월22일부터 25일까지 충북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연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셋째날 ‘공동체교육‘에서 선배로부터 기압을 받고 있다. 선배의 손에 들린 몽둥이가 위협적이다. 출처 싸이월드 미니홈피
ㄱ대 체육학과 새내기들이 지난 2월22일부터 25일까지 충북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연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셋째날 ‘공동체교육‘에서 선배로부터 기압을 받고 있다. 선배의 손에 들린 몽둥이가 위협적이다. 출처 싸이월드 미니홈피


<한겨레>가 9일자 기사로 ㄱ대학교 수원캠퍼스 체육학과에서 벌어진 새내기 ‘폭력 훈육’의 실태를 고발한 단독기사를 내보내자 이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기사와 사진이 실린 <인터넷한겨레>와 포털들에서는 “조폭보다 심하다”며 ‘체대 폭력 훈육’을 비난하는 의견들이 빗발쳤다. 또 “우리 학교(아이)도 마찬가지”라며 체대생과 학부모들의 제보도 잇따랐다.

대부분 누리꾼들은 체육학과의 ‘폭력적 예절교육’이 “조직폭력배 수준”이라고 혀를 찼고 “정신무장이 아니라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맹비난했다. 누리꾼들은 “군대에선 90도 인사도 없고, 관등성명도 안 하고, 구타·체벌 거의 없다”며 “달라지고 있는 군대와 저런 폭력문화를 비교하느냐. 군대모욕이다”는 반응도 보였다.

광고
전북 ㄱ대학 체육학과 신입생들이 학생들의 왕래가 많은 교정에서 집단적으로 머리박기를 한 채 선배들의 기합을 받고 있다. 독자 제보
전북 ㄱ대학 체육학과 신입생들이 학생들의 왕래가 많은 교정에서 집단적으로 머리박기를 한 채 선배들의 기합을 받고 있다. 독자 제보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체대 폭력에 대해 “단체 생활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나 협동심, 개념있는 사회생활을 학습했다”거나 “지나고 나면 추억일 뿐, 선후배의 관계가 중요한 체대에서 행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옹호론을 폈다. 체육대학 출신이라고 밝힌 이들 중 상당수는 “운동으로 성공하려고 체대에 들어온 만큼 엄격한 군기 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우리나라가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휩쓴 것은 체대의 악바리 근성”이라고 폭력의 효과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사자들이 용납하는 수준인데 왜 국외자들이 문제를 삼느냐”는 비판인 셈이다.

이런 누리꾼들의 반응에 취재진은 당혹스러웠다. 군대에서도 사라져가는 ‘폭력적 훈육방식’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사회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명백한 폭력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폭력에 길들여진 대학인의 모습이 서글픈 까닭이었다.

광고
광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입생들이 13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캠퍼스 내 체육관에서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얼차려나 다름없는 ‘체력 단련’을 받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신입생들이 13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 캠퍼스 내 체육관에서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얼차려나 다름없는 ‘체력 단련’을 받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후속 취재 결과 ㄱ대학교 체육학과에서 행해지는 ‘폭력 훈육’은 대학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겨레> 보도가 나간 뒤 ㄱ대학교 당국이 “부당한 예절교육을 없애겠다”고 밝혔음에도 ㄱ대학교 체육학과에서는 예절교육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고

이 학과에서는 대학 당국이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이후인 지난 13일 오후에도 수업이 끝나고 3시간 ‘예절교육’을 받는 등 개선된 것이 없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입교식에서는 체력 단련을 빌미로 한팔벌려뛰기, 쪼그려뛰기, 오리걸음 등 ‘단체 얼차려’가 전통으로 대물림되고 있었고, 서울 ㅎ대학 무용과 신입생의 아버지는 “딸이 새벽같이 집합을 당해 예절교육을 받고 있다”고 제보했다. 이밖에도 이아무개씨는 “하루에 한 시간이상 머리 박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한다. 정말 자유와 거리가 먼 학교다. 학교 다니기 무섭다”며 전북지역 ㄱ대의 학교 폭력을 담은 사진을 취재진에 보내왔다.

독자들은 <한겨레>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학사회의 오랜 관행으로 한번의 보도로 되지 않는다”며 “<한겨레>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군복을 차려입은 선배가 새내기들에게 낮은 포복을 시키고 있다. 새내기들의 옷은 흙먼지로 뒤죽박죽이다.
군복을 차려입은 선배가 새내기들에게 낮은 포복을 시키고 있다. 새내기들의 옷은 흙먼지로 뒤죽박죽이다.


광고

그래서 취재진은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관련 사진들을 추가로 공개하고 체육대학생들만이 아닌 다수의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입수된 사진에는 ㄱ대학교 체육학과와 지난 2월22일부터 25일까지 충북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연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셋째날 ‘공동체교육'의 현장을 담고 있다. 군복을 입고, 방망이를 들고 후배들을 ‘훈련’시키는 선배들, 군대 유격훈련보다 가혹하게 땅바닥을 기는 후배들. 어떻게 해석하면 이 사진들이 ‘예절교육’의 일환일 수 있는지 취재진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라와 있던 사진들은 지난 9일 <한겨레>의 첫 보도가 나간 뒤 모두 삭제되었다. 나머지 사진들은 취재진이 체육대학 홈페이지와 카페에서 확보한 것과 독자들이 제보한 것을 모았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새내기들이 서로 뒤엉켜 이른바 ‘김밥말이‘ 벌을 당하고 있다.
새내기들이 서로 뒤엉켜 이른바 ‘김밥말이‘ 벌을 당하고 있다.


새내기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다. 맨 앞에 선배들의 손에는 예외없이 몽둥이가 쥐어져 있다.
새내기들이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다. 맨 앞에 선배들의 손에는 예외없이 몽둥이가 쥐어져 있다.


새내기들이 맨바닥에 드러누워 벌을 받고 있다.
새내기들이 맨바닥에 드러누워 벌을 받고 있다.


한 체육대학에서 학생들이 선배들에게 벌을 서
한 체육대학에서 학생들이 선배들에게 벌을 서




[제보 기다립니다] 대학 사회에 뿌리 내린 폭력적 관행 <한겨레>는 대학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지속적인 보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학교 폭력이나 운동부 폭력 등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제보(경험담, 사진, 동영상 등)를 기다립니다.제보 보내실 이메일: kimck@hani.co.kr, pj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