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 <티브이(TV)조선> 기자와 피디(PD)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조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이근수 부장판사는 29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를 받는 <티브이조선> 정아무개 기자와 이아무개 피디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조 전 장관이 후보자였던 2019년 9월 5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조씨가 거주하는 경남 양산의 오피스텔 호실 앞까지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수회 잡아당겼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전반적으로 조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경찰 고소장 등에서 <티브이조선> 취재진이 초인종을 수차례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현관 손잡이를 강하게 돌리며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구두로 이를 거절했음에도 이런 행위를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씨가 법정에 출석해서 1차 방문에는 이런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고, 조씨가 사건 발생 11개월이 지난 뒤 취재진을 고소했기 때문에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씨는 법정에서 오피스텔 호실(개인현관) 앞까지 찾아온 것은 <티브이조선> 취재진이 유일하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앞서 조국 전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남성 기자들이 밤 10시에 딸이 사는 오피스텔 문을 두드린다”고 말한 점, 양산경찰서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며 ‘주거지로 하루 3∼4회 낯선 사람이 와 초인종을 누르고 집 앞 주차장에서 기다린다’는 사유를 적은 점을 언급하며 “이전에 찾아온 다른 기자들의 행위와 혼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취재진이 공동현관을 통과해 조씨가 거주하는 집 초인종을 여러 차례 누른 행위만을 사실관계로 인정했다. 또한 이런 행위는 언론 종사자로서 취재활동을 하기 위한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근수 부장판사는 “당시는 조국에 대한 인사청문회 하루 전과 당일이었다”며 “피해자(조민)에 대한 의혹이 이슈가 됐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해 취재를 하기 위해 접근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거주하는 호실 내부를 촬영하거나 내밀한 사적 영역을 취재하려고 온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동현관을 들어선 순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만, 공용부분인 복도까지 들어갔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한다”고 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