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태원 해밀톤호텔이 참사 현장 골목에 설치된 불법 테라스 구조물을 2019년 한 차례 단속을 받고 철거했다가 열흘 만에 다시 무단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불법구조물은 해밀톤호텔 뒤쪽 주점의 테라스로 참사 당일 인파 밀집도를 높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15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이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받은 이아무개(76) 해밀톤호텔 대표 등 5명의 공소장을 보면,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1월 해밀톤호텔 뒤쪽 ‘브론즈’ 주점에 연결된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10월 용산구청 단속으로 이 테라스를 철거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자, 이 대표는 테라스를 철거해 그해 11월5일 구청의 자진 시정 확인을 받아 ‘위법 건축물’로 지정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불과 열흘 만인 11월15일 다시 테라스 형태의 건축물을 무단 증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장과 연결된 테라스는 경량철골과 유리로 이뤄진 바닥 면적 17.4㎡의 건축물로,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도로 14.5㎡를 점용해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통행에 지장을 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테라스 구조물은 특히 참사 당일 해밀톤호텔 뒤쪽 세계음식거리와 ‘티(T)’ 자형 골목의 혼잡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불법 구조물로 인해 거리 폭이 3.615m까지 좁아져 인파의 이동을 더욱 어렵게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이 대표는 참사가 벌어진 골목의 ‘붉은색 가벽’도 불법으로 세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2월 해밀톤 호텔 서쪽에 세로 21m, 가로 0.8m, 높이 2.8m의 철제패널 재질의 담장을 축조한 것으로 봤다. 이 담장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에 붙어 있어 병목현상을 가중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설치물로, 도로를 20㎝ 침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이 담장 때문에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로 173-7 도로 폭이 3.199m까지 좁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있는 주점 ‘프로스트’ 대표는 참사 하루 전날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손님 대기장소로 쓸 시설물을 무단으로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프로스트 대표는 목조 재질의 기둥과 지붕으로 이뤄진 16㎡ 불법 건축물을 세웠다. 이 건축물도 브론즈 주점의 테라스와 더불어 티자형 골목의 혼잡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수본에 참사 원인 분석 자문을 한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기계설계공학)는 “병목 구간을 유발하는 구조물이 있으면 밀도에 따라 보행자들에게 약 1000∼1500N(102∼153㎏이 누르는 힘)의 힘이 더 가해진다”며 “밀집 상태에서 더 큰 힘이 가해지면 엎어져 넘어지기 쉽다는 점에서 구조물이 보행자의 전도(넘어짐) 확률을 높였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밀톤호텔은 참사 전까지 불법 증축 건에 대해 9년간 5억원이 넘는 벌금을 납부하며 ‘배짱 장사’를 이어왔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소속 김태수 국민의힘 시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해밀톤호텔은 2013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단 증축으로 5억553만3850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지검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와 호텔 별관 1층에 있는 주점 대표, 호텔 임차인 2명과 호텔 운영법인 1곳 대표, 임차법인 1곳 대표는 건축법 위반, 도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의 수사를 받고 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