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민 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북송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다. 수사 진행 한 달여 동안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며 혐의 다지기에 주력했던 검찰이 문재인 정부 ‘윗선’ 수사를 위한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19일 오후 세종 대통령기록관에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명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인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대통령기록물 가운데 북송 관련 정부 의사 결정 과정이 담긴 문서를 선별해 열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보내는 과정에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의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고발된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하급자를 통해 관련 보고서 등에 ‘귀순 의사’ 등 일부 표현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어민들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를 근거 없이 조기 종료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가 이 과정에서 국정원과 국방부 등 유관 기관의 정보를 취합하고 북송 결정을 내리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에 보고된 기관 보고서 등 기록물을 분석해 북송 판단을 내린 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앞서 당시 청와대는 어민들이 나포되기 전인 2019년 11월1일 이미 국정원에 ‘중대 범죄 탈북자 추방 사례’를 문의했고, 나포 직후인 11월4일에는 대책회의를 열어 북송 여부를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날 압수수색은 서울고법이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뤄졌다. 원칙적으로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기록물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뒤 최장 15년 동안(사생활 관련 자료는 최장 30년) 열람이 제한된다. 그러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면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역대 9번째다.
검찰은 지난달부터 국정원 직원들과 해군 및 통일부 관계자 등을 불러 합동조사가 조기 종료된 경위와 북한 어민 나포 당시 상황 등을 조사해왔다. 앞서 시민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지난달 12일 이 사건과 관련해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 되는대로 서 전 원장 등의 소환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한편,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김태훈)도 이날 오전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